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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AN Aug 13. 2021

당근을 흔드세요.

우물 안 개구리를 연못에 풀어준 당근마켓, 당근을 외쳐주세요. 당근?

요즘 COVID-19의 심각성에 따라 집에 있는 일이 많아졌다. 한 달이 30일이라면 장시간 밖을 서성이는 날은 4일에서 7일 정도. 사실 이 정도로 집순이는 아니었던 듯 하지만은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고 내가 점점 좋아진다. 그만큼 요즘 '당근마켓'이라는 동네 중고거래 플랫폼에 빠져있는데 이렇게까지 시간을 보낼만한 일인가 싶다가도 더 좋은 가격, 상품, 질을 위해 무한 서치에 돌입한다. 분명 처음에는 내가 가진 나의 물건들을 팔아서 용돈을 좀 벌어볼까? 였었는데 되려 내가 그들의 지갑에 용돈을 채워주고 있다.


나의 첫 당근 구매품은 폴스부띠끄의 베이지색 가방이었다. 20만 원 안팎을 오가는 상품이 사용감은 좀 있지만 8,000원이라니, 이곳은 노다지였다. 그 이후 쿠팡에서는 30,000원에 배송비 추가 2,000원에 팔던 대나무 가방을 당근에서는 7,000원에 팔았다. 아, 중고거래의 신세계!


사실 나는 중고거래는 사람 간의 신뢰를 확신하기 어렵기에 항상 주저하고 생각지도 않던 세계였다. 약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기는 하다. 내가 팔면 신뢰 100%, 남이 팔면 음…. 사기가 아닐까 하며 주저하게 되니까.  결국, 주변에서 너도나도 당근을 하길래 호기심에 재미 삼아 깔아본 당근마켓은 우물 안 개구리를 연못으로 풀어준 격이 되었다. 최근에는 '찰스 앤 키스' 브랜드에 빠져 열심히 'S급' 상품들을 서치 중이다. 이왕 새 상품이든 한 번 착용했든 겉에 보이기에 이상 무라면 싼 게 최고니까. 지금은 아이패드, 와콤, 맥북 등등 전자기기들도 무한 서치 중이다. 현재 디자인 쪽을 공부 중인데 아무래도 디자인이라면 프로그램 자체들이 애플사 기기들을 쓰는 것이 더 편하다며 주변에서 적극 권하기도 해서 요건이 맞는다면 사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고급 전자기기들이다 보니 가격들이 다들 꽤 높지만, 미개봉 상품들부터 'S급'이라며 3~5분마다 올라오는 새 게시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대다 싶으면 1시간 뒤면 '거래예약' 혹은 '거래 완료'라는 알림이 뜬다. 수요와 공급이 명확하다.


당근마켓의 장점은 무엇보다 신뢰 같다. 동네 주민이다 보니 어쩌다 지나가게 되면, 정말 운이 좋거나 없거나 마주치게 된다. 나만 해도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사시는 분들과 거래를 하다 보니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저분 혹시…?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런 상황에 사기라도 쳤다가는 생매장이다. 그리고 당근마켓에는 동네 소식도 있어서 속된 말로 바로 신상이 털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동네 소식이 나와서 말인데 참 좋은 기능이다. 유기견이 어디에 있어서 임시 보호 중이다, 어디 어디 가게가 맛있다, 같이 운동하실 분 등등 이런 이야기들이 올라올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맥반석 계란처럼 뜨뜻해질 때가 있다.


이런 나를 주변에서 당근에 푹 빠졌다며 웃는 친구들도 있고 뭘 굳이 그렇게까지.. 라며 조금은 빛바랜 시선으로 날 바라보기도 하는데 뭐 어떤가. 이게 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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