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10년 지기 친구와 함께 사부작사부작 prologue
갑작스럽게 오사카 여행을 떠나기로 정했다. 사실상 7월 중순부터 친구의 퇴사가 정해진 그 순간부터 나왔던 얘기였다. 날짜를 맞추다 보니 8월 말쯤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 일정으로 인해 9월 중순에 가는 것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지 원래 가려고 했던 날짜에 숙소는 없고 비행기 값이 비싸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7월 말~8월 초에 9월 중순에 가기로 확정을 짓고 8월 9일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모든 것은 이미 저질러졌고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이후부턴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돌아다닐 동선을 크게 잡아 둔 후 숙소를 예약하였고 그 이후 내가 쉬는 날 같이 가기로 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물론 스케줄을 짠다고 하여 그대로 다니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친구도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마저 없으면 제대로 돌아다니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숙소 역시 처음에는 오사카성 근처의 한 비즈니스호텔을 잡았지만 대략적인 스케줄을 짜다 보니 남바 역 근처의 비즈니스호텔이 낫다고 판단하여 숙소를 바꾸었다. 숙소가 이러하다 보니 우리는 상세한 일정을 계획해보기로 했고 실제로 계획하였다.
친구는 이미 오사카에 몇 번 다녀온 상황이었고 나는 처음 가는 것이었지만 사람이 많은 곳은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고 오사카에서 꼭 봐야 하는 것들은 가고 그 외에는 가게 되면 가는 것으로 얘기가 되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기에 볼 수 있는 것도 갈 수 있는 곳도 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첫날은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주유패스 1일권을 구매하여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숙소를 기점으로 위쪽을 쭉 보고 돌아 내려와 숙소로 돌아오게 큰 원을 그리며 돌아보는 것으로 했다.
둘째 날은 한큐 패스를 구매해 가서 고베나 교토를 가기로 했다. 사실상 고베는 볼 곳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교토 쪽으로 정했으며 교토도 워낙 넓어 같이 가는 친구가 가보지 않은 아라시야마(風山)로 가서 구경하기로 했다. 교토까지 왕복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많이 걸리기에 이 날은 교토에서 돌아와서 한국에 사갈 것들을 구매하기로 했다.
셋째 날은 체크아웃 후 짐을 프런트에 맡긴 후 근처를 돌아보고 2시간 전에 공항에 가있기 위해 짐을 찾아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시간은 16시 30분 비행기. 한마디로 셋째 날은 돌아볼 곳이 많지 않다.
큰 틀을 잡고 먹을 것들을 정하기로 했다. 첫날 아침은 포기. 점심부터가 진짜였다. 숙소 근처와 우리가 돌아볼 곳들을 기점으로 찾아보기 시작했고 친구와 나는 한국인이 많이 가는 음식점은 가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 진짜 맛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친구와 나는 많은 사이트 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일본 블로그부터 구글링까지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였고(친구와 나는 일본어를 읽고 듣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가능하다. 나는 말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아 주로 친구가 하였지만 듣고 읽는 것은 나도 조금은 되기에 길 찾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아침, 점심, 저녁 먹을 곳들을 정하였고 심지어 2박 3일 동안 최대 7 식이라 생각했던 것은 여행 가기 전에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제 마지막 난관. 환전. 모든 여행의 시작과 끝은 환전으로 시작해 환전으로 끝난다ㅜㅜ 언제나 항상 환전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현지에서 카드 결제를 하기 때문에) 고민을 하다 끝이 난다. 이번 여행은 그나마 자주 가는 일본이었기에 지난 여행에서 쓰고 남은 엔화와 동생이 가지고 있던 엔화를 모두 합쳐 약 30000엔 정도를 가지고 갔다.(동생과 암묵적인 거래로 인해 동생이 가지고 있던 엔화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현지 전철 이용 시 금액이나 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것이었기에 많은 현금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모든 엔화 지폐와 동전을 긁어 갔다. 엔화로 환전하기에 환율이 조금 세서 고민하던 차에 남겨져 있던 엔화가 꽤 되었기에 이번 여행에선 지난번 여행에서 남긴 엔화가 유용하게 쓰였다.
이렇게 여행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짐만 챙겨 놓기만 하면 되었다. 여름이기에 여름옷이기에 캐리어를 많이 비워 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사 올 것이 많았기에 많이 비워 가야만 했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 또한 여행을 좋아하고 때마침 퇴사로 인해 시간이 맞아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같이 다니는 동행이 여행 성향이 맞지 않으면 크게 싸우는데 다행히도 이 친구와는 여행 성향이 맞는 친구였다. 10년 아니 어느덧 13년 지기가 되어버린 친구들과 다 같이 여행 가기는 쉽지 않은데 그중 이 친구와는 벌써 두 번째 여행이다. 분명 언젠가는 13년 지기 친구들 모두가 함께 여행 가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이 친구와 미리 답사하는 기분으로 시간이 맞을 때마다 사부작사부작 여행을 다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나 나나 돈을 모아야 하는 시기이지만 우리 둘 다 돈을 모으는 것보다 여행을 떠나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아져 버렸기에 돈 생각을 하지 않고 여행을 지를 수 있었다. 물론 여행을 떠나서 저렴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면 그 또한 금상첨화지만 여행을 떠난 그 순간부터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최대로 사용할 금액은 우리 둘 다 각각 설정하였다. 그 금액은 여행기간 동안 넘기지 않겠다는 최대한도이다.)
여름이 끝날 무렵 올해 나의 세 번째 여름휴가로 매우 짧을 것 같은 오사카 여행은 약 두 달 전부터 계획되어 드디어 실행이 되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
- <알프레드> 파울로 코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