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세 모녀의 일본 여행기 prolougue + 1 day
2018년 새해가 밝고 나는 참고 참아왔던 여행 본능을 다시 터트렸다. 겨울에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를 골라서 날짜를 정하고 12월에 결제를 마쳤다. 우리 여행의 가장 큰 목표는 온천! 그렇기에 일본의 온천들을 찾아보며 그중에 괜찮은 패키지를 선택했다. 웬만하면 일본은 패키지를 하지 않지만 이곳은 차가 없으면 겨울에는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소리에 패키지를 선택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여행 갈 준비로 들떠있었다. 새해에는 가족여행으로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아빠의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모녀끼리만 떠난 여행. 이번 여행은 어떨지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아무래도 일본이고 언어가 될 사람이 나밖에 없어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패키지라서 내가 나서서 얘기할 상황은 거의 없겠지만 자유 여행시간에는 내가 했어야 하므로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어가 아주 유창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얘기하는 것은 알아듣지만 내가 얘기하는 것은 조금 미약하기에 긴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간만의 여행 갈 생각에 너무 좋았다. 때마침 일본 환율도 최고로 많이 떨어져 있을 때여서 환전도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새해가 되고 여행을 떠나는 날.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할 생각으로 공항으로 출발하였는데, 새해라 그런지 여행 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1~2시간 전에 도착해서 체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명의 자리가 다 떨어져 앉게 되었다. 화물로 보낼 짐을 맡길 때 자리 붙여달라고 했으면 되었을 것을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운 좋게 비상구석에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저녁에 도착해서 삿포로에서 유명한 대게요리를 먹었다. 먹는데 급해서 사진을 찍지 못하고 다 먹고 나서야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삿포로의 야경을 보기 위해 JR 타워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면서 삿포로 택시에 관하여 들었다. 1000cc 이하는 하얀색, 그 이상은 노란색, 영업용은 녹색이라고 한다. 또한 삿포로는 눈이 워낙 많이 오는 지역이라 집 지붕의 경사가 매우 급격하다고 한다. 일반적인 경사로 집을 지으면 눈의 무게 때문에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집들을 보다 보면 창문에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는 집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비상용 창문으로 비상시에 유리를 깨서 탈출할 수 있는 곳으로 유리가 깨져 떨어질 수 있으니 밖의 사람들은 조심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JR 타워 근처에 도착했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JR 타워에 올라가기 위한 매표소가 나왔다.
타워에 올라가니 역시 야경을 보기 위해 타워 내부의 조도를 최대한 낮춰두었다. 하지만 간간히 있는 불빛들이 야경 사진을 찍는데 방해해 최대한 방해받지 않으면서 예쁘게 나오는 곳들을 찾았다. 그래도 역시 창문에 빛이 반사되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JR 타워에서 야경을 본 후 숙소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자유 시간을 가졌다. 마침 숙소 바로 앞에 오도리 공원(大通公園)이 있어서 산책도 하고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 오기로 했다. 사실 일루미네이션을 보고 싶었지만 그 기간은 끝났고 눈 축제 준비 중인 시기였다. 이래저래 애매하게 갔기에 어수선한 오도리 공원만 보고 올 수 있었다.
역시 눈이 유명한 곳이라서인지 눈이 시시때때로 내리고 눈도 엄청 쌓여있었다. 공원 곳곳에는 눈사람들이 서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삿포로 TV탑은 시계 전광판만 아니면 파리의 에펠탑이 떠오르지만 에펠탑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또한 삿포로는 겨울에 눈이 워낙 많이 오기 때문에 신호등과 같은 불빛들이 눈에 묻혀 보이지 않거나 눈이 위에 쌓였을 때 빨리 녹게 하기 위해 다른 지역들의 전구와는 다른 전구를 쓴다고 한다. 그렇기에 봤을 때 다른 곳들의 불빛들 보다 따뜻해 보이는 이유가 전구의 차이라고 한다. 눈으로 봤을 때 미끄러워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저 건널목들도 다 살얼음이 얼었기에 걸어 다닐 때 조심하지 않으면 엉덩방아를 찧게 되어있다.
오도리 공원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이 여러 개 있어서 두 곳에 들려 서로 다른 맥주와 안주거리, 그리고 일본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계란 샌드위치, 푸딩, 물을 구매하여 숙소로 돌아갔다. 일본이 처음인 엄마는 편의점에서 산 것들을 먹어보고 확실히 우리나라 샌드위치보다는 맛있다고 왜 그렇게 계란 샌드위치 노래를 불렀는지 알겠다고 했다. 첫날부터 우리는 편의점이 보이면 놓지지 않고 계속 들어가서 여러 종류의 계란 샌드위치를 먹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의 설렘은 항상 준비하는 과정부터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다. 그 이후부터 시작되는 여행에서는 감탄과 긴장의 연속이며 가까운 사람과의 여행에서는 싸움 또한 빠질 수 없다. 특히나 이번 여행에서는 나의 긴장감과 책임감 때문에 더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삿포로 여행의 끝을 알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예민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눈 하면 생각나는 삿포로의 겨울 여행은 시작되었었고 그 추억을 이제야 더듬고 있는 지금 또다시 여행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