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가 시작되다

기숙사생활을 하는 학생들

by 유투코스

주일을 마치고 맞이한 두 번째 월요일 아침.


아들의 얼굴에는 지난주와는 다른 표정이 서려 있었다. 첫 주에는 모든 게 낯설었기에 그냥 정신없이 학교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가 어떤 곳인지 조금 알게 되었고, 그만큼 ‘가기 싫다’는 마음이 분명히 묻어났다.


한국에서는 9월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이곳 중국은 여전히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차 문을 여는 순간 얼굴을 덮치는 뜨거운 공기,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아들은 차에 오르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빠, 너무 더워.”
“응, 오늘도 덥네. 그래도 교실 들어가면 시원할 거야. 힘내자.”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차 안의 이 짧은 시간이 오히려 하루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아빠와 아들의 등굣길

학교까지는 5분 남짓. 그러나 그 짧은 거리는 하루를 열어주는 중요한 시간이다. 한국에서의 출근길은 늘 분주했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일은 아내에게 맡기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오늘은 어떤 수업 있어?”
“영어가 많았으면 좋겠어.”
“그래? 아빠도 영어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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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앞에서 헤어지며 아들이 손을 흔드는 장면은 마음을 짠하게 한다. 오늘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울지는 않을까? 그러나 아빠를 향한 아들의 그 손끝에는 ‘아빠, 잘 다녀올게’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기숙사에 들어간 친구들

아들의 반 친구들 중 절반 이상은 기숙사에 산다. 일곱 살, 여덟 살밖에 안 된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모습은 나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아이는 형제와 함께 기숙사에 들어가 주말마다 집에 돌아간다.

밤마다 부모를 그리워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적응하고 스스로 옷을 챙기고, 숙제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작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우리의 선택

하지만 우리는 아들을 기숙사에 보내지 않았다. 앞으로도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부모로서 함께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른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독립심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한 길은 다르다. 독립심은 언젠가 자라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부모와 함께한 시간, 가족과 함께 쌓은 추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보딩스쿨에 대하여

이와 같이 기숙사 생활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보딩스쿨(Boarding School)이라 부른다. 영어 단어 board가 ‘밥을 먹다, 숙식하다’라는 뜻에서 온 것으로, 단순히 “기숙사 학교”가 아니라 ‘숙식이 포함된 학교 생활’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보딩스쿨은 교육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 전체를 아우르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보딩스쿨

미국의 보딩스쿨은 대체로 중학교 이후, 특히 고등학교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역사적으로는 18세기 말부터 세워졌고, 지금도 대표적인 명문 보딩스쿨로는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등이 있다.

미국 보딩스쿨은 단순히 생활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엘리트 교육과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학업은 물론이고 스포츠, 예술, 봉사, 리더십 훈련을 균형 있게 경험하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따라서 미국의 보딩스쿨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며, 장차 사회 지도자로 성장할 인재를 길러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영국의 보딩스쿨

보딩스쿨의 뿌리는 영국이다. 이미 15세기 무렵부터 귀족 자제들을 위한 학교들이 세워졌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이튼 칼리지와 해로우 스쿨이다.

영국 보딩스쿨의 특징은 전통과 규율이다. 학생들은 ‘하우스 시스템(House System)’이라는 기숙사 공동체에 속해 생활하며, 하우스의 명예를 걸고 학업과 스포츠, 생활 전반에서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정신과 리더십, 그리고 신사적 품격을 배우게 된다. 한마디로 영국 보딩스쿨은 전통과 규율 중심의 교육을 통해 사회의 지도층을 길러내는 제도로 발전해 왔다.


중국의 기숙사생활과의 차이

그러나 중국은 성격이 다르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사회 구조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넓은 국토, 농촌과 도시의 거리, 부모의 이주 노동 현실 때문에 아이들이 통학하기 어렵거나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중국 보딩스쿨은 생활 관리와 생존의 필요가 강하게 배경이 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활하는 법을 배우지만, 동시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정서적 결핍을 겪을 위험도 있다.


아들의 손짓 속 다짐

오늘도 아들은 교문으로 들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작은 손끝에서 큰 용기가 전해졌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힘, 부모와 떨어져도 하루를 살아내려는 결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믿는다. 독립은 언젠가 저절로 다가온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숙사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했다. 하교 후 아이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추억을 쌓는 것이 아이의 인생을 지탱하는 진짜 힘이라고 믿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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