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학교에서 맞은 첫 생일

담임선생님이 보내온 영상

by 유투코스

지난주, 천둥이가 생일을 맞았다. 지난번 같은 반 친구가 생일을 맞았을 때,

중국과자를 돌린 것을 보았다. 그걸 생각하며 한국인마트가 있는 첸청으로 갔다.

거기서 천둥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친구들 갯수만큼 샀다.

천둥이와 함께 그걸 비닐에 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천둥이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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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등교를 하며 과자를 선생님께 보내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선생님이 위챗으로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셨다.

영상을 재생하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천둥이가 교실 앞에 서 있었다. 조금 쑥스러운 듯 웃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낯설 만큼 행복해 보였다.

반 친구들이 박수를 치고, 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중국 아이들이 "생일 축하해!"를 외치는 모습...

'중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아이가 이렇게 환영받고 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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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흔히 가족이나 친한 친구끼리 조용히 축하하는 경우가 많다.

케이크 사진 찍고, 선물 받고, 끝. 그런데 중국 학교는 달랐다.

생일을 반 친구들이 함께 축하해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세대의 학교는 경쟁과 규율이 중심이었다.

공부가 늘 앞섰고, 생일은 개인적인 행사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중국 학교의 아이들은 달랐다.

친구의 생일을 '우리 반의 일'로 여기고 진심으로 함께 기뻐했다.

그 모습이 참 부러웠다.


장수면과 생일의 의미

중국어로 생일은 셩르(生日, shēngrì)라 한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생일날 '장수면(長壽麵)'을 먹는 풍습이 있다.

면이 길면 길수록 오래 살고 복이 많다는 뜻이다.

가족들은 그날 아침 함께 장수면을 나누며 아이의 건강과 복을 빈다.

이우 같은 지방 도시에서는 이런 전통이 아직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생일은 하나의 '작은 공동체 행사'로 여겨진다.

초등학교에서는 생일을 맞은 학생을 앞으로 불러 소개하고,

반 친구들이 돌아가며 축하의 말을 건넨다.

케이크 대신 간단한 간식을 나누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직접 그린 카드나 그림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천둥이 반 친구들도 과자를 받고 물었다고 한다.

"이건 뭐야?" 천둥이는 서툰 중국어로 대답했다. "한국 과자야."

친구들은 웃으며 "맛있다!"를 연발했다고 했다.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아이가 낯선 언어 속에서도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우의 아이들은 순수했다.

상해나 베이징같은 대도시 아이들처럼 약삭 빠르거나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다.

웃음도, 인사도, 우정도 자연스러웠다. 사진 속 아이들의 얼굴에는 꾸밈이 없었다.

나는 그 순수한 미소를 보며 생각했다.

'아, 이곳은 아직 아이들이 아이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도시구나.'


그림으로 변환한 단체사진




사진을 그림처럼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단체사진을 변환해 보았다.

순식간에 만화 같은 이미지가 되었다. 그림 속 아이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누가 우리 아들인지 모르겠네.' 정말 그랬다. 다들 똑같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웃음 속에서 경쟁도, 비교도 없었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주는 평화만 있었다.

그 이미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걸보며 문득 깨달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좋은 성적이나 화려한 재능이 아니라 이런 웃음과 관계였다.

교실 안에서 '나를 축하해주는 친구', '함께 웃어주는 선생님'이 있는

경험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담임선생님의 메시지

담임선생님은 생일축하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오늘 천둥이 정말 행복해했습니다."

그 한 문장은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큰 위로였다.

중국의 학교가 완벽하진 않아도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람의 온기'가 있었다.

중국 학교에서는 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비교적 가깝다.

위챗(微信) 단체방을 통해 아이들의 사진과 활동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그러면서도 교권이 침해되지 않고, 존중받는 곳이 중국이다.

물론 그 덕분에 부모는 아이의 하루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외국인 학생일 경우 교사들은 더욱 세심하게 돌본다.

그런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감사했다. 아이 한 명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교사의 시선이 아이로 하여금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두 문화 속에서 자라는 아이

천둥이는 두 문화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한국에서 가져온 정서와 중국의 교육문화가 뒤섞인 환경.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아이에게 특별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중국 친구들은 천둥이를 '한국인'이 아닌 '우리 반 친구'로 받아주었다.

생일날 친구들이 "셩르 콰이러!(생일 축하해!)"라고 외칠 때,

천둥이는 "셰셰!"하며 웃었다. 그 단순한 인사 속에 마음이 오갔다.

그날 천둥이는 학교에서 '진짜 친구'를 얻은 듯했다.


교육의 본질

나는 그 장면을 보며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했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함께 웃는 법, 축하하는 법, 나누는 법이었다.

생일축하 한 번이 그 모든 것을 가르쳤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는 것을. 교사의 미소, 친구들의 박수,

그리고 부모의 감사는 모두 같은 언어였다.

그 언어의 이름은 '사람'이었다. 나는 천둥이가 중국에서 보낸

이 생일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날의 사진과 영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그가 성장하는 과정의 한 장면이었다.

언젠가 천둥이가 어른이 되어 이 사진을 다시 볼 때

"그때 참 따뜻했지" 하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그 사진을 다시 꺼내 본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천둥아, 생일 축하해. 그리고 고맙다.

너의 웃음 덕분에 아빠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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