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가 온단다. 유튜브와 언론에서는 연일 AI발 글로벌 기업의 실직자들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주니어 개발자의 취업 문턱이 높아진 것, 인간의 고유 예술 분야라고 여겼던 디자이너 역시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떠들어댄다. 모두 AI 때문이란다. 나는 글로벌 기업에 재직하지도 않고,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니지만, 그들과 똑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요즘 사무직 직장인으로서 이만큼 좌절감이 들게 하는 이슈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기술이 발전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내 밥그릇이 없어질 것이란 두려움은 내가 이 사회와 이 회사에 기여하는지,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살아남을 직업은 있는가?
(AI 비용 > 인간의 노동력)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의 존재 이유”를 갑자기 물어보고 있다. 아니면 “AI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에 대해서 연구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나 역시 한동안 이에 대해 생각을 이어왔다. AI의 영향력을 피해갈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지만, 그런 직업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사용하는 영역 뿐만 아니라, 이제는 휴머노이드를 통해서 육체 노동까지 빠르게 AI가 그 기능을 흡수해갈 것이다. 최근엔 현대차 노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장에 들일 수 없다며 강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이 보인다.(현대차 노조, 로봇과 전면전 "공장에 단 1대도 못 들인다", 조선일보, 2026-01-23) 직장에서의 일자리가 대체되는 모습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물론 이중에서도 살아남을 직업이 몇몇 있긴 하다.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일”, 즉 AI 도입으로 인한 비용보다 인간의 비용이 더 저렴한 일들은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역설
비슷한 사례는 대한민국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사라져간 많은 직업들이 저개발 국가에서는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값싸게 제공하는 사례는 너무 많다. 1970년대 대한민국의 수출 주력 산업은 섬유 및 봉제 산업이였다. 여공들이 미싱(재봉틀) 앞에서 밤새 옷을 만들던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비춰졌다. 하지만 이런 산업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공정들이라 한국의 인건비 상승과 함께 방글라데시,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마이클 조던이 신던 나이키 신발도 ‘Made in Korea’ 였지만 이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그 밖에도 1960년대 한국의 수출 효자종목 3위에 들던 가발 산업, 곰인형 눈알 붙이기로 유명한 인형과 완구 제조도 이제는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산업이 돼버렸다. 이렇게 한국에서 쉽게 못보는 제조업들은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이동해왔다. 반면, 어느 국가나 값싼 노동력의 추격을 피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를 꾀한다. 대한민국은 대표적으로 선진국의 발자취를 잘 따라간 국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소프트웨어와 IT 플랫폼, 금융/법률 서비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등 후발주자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는 그런 고부가가치 산업에 먼저 침투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는 그런 고부가가치 산업에 먼저 침투한다.
왜냐? AI의 비용을 감당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오히려 IT, 헬스케어, 법률, 금융과 같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AI로 축구공을 만들 수 있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단 법률 자문을 시키는게 돈이 더 많이 되지 않겠는가? 심지어 이 도구(AI)는 국경과 언어도 필요 없고, 인간보다 근면 성실하다.
정의 내리기보다 '적응'하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각자 다른 답을 도출해 냈다고 해서 서로 싸우지는 말라. 이건 주관식 답이니깐. 혹은 답이 매 순간 바뀐다고 스스로를 탓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는 동물이기에 그 답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무엇인가 하면… 내 손으로 그 답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얘길 하고싶은 것이다. 내가 글로 쓰고 모두에게 공표할 만한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보다는 AI에 적응해서 사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AI가 인간의 존엄을 나타내는 노동과 문학, 미술, 과학에서의 업적 등을 침범했다고 여기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AI를 통해 인간을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길을 얻을 수 도 있지 않겠는가?
지금부터는 내가 생각하는 AI 시대 적응 방법을 설명하고, AI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도구의 관점으로 내 이야기를 전달해보겠다.
독자 참여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인 적응 방법에 대해 다룹니다. 여러분이 가장 두려워하는 AI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댓글로 의견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