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직적 사고_1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결코 기업과 같은 조직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님을 당부하고 싶다. AI 시대에도 거대 조직은 존재할 것이고, 인간의 협업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조직적 사고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대다수가 어딘가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걱정은 AI로 인해 직장에서 내가 별로 필요 없어질 것에 대한 것이다. 즉, AI 출현의 문제점은 "조직에서 내가 쓸모없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문제라기보다는 AI는 좋은 면이 많다. 가사를 도와주기도 하고, 장거리 운전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나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매우 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를 physical AI 측면에서 바라보면 아래와 같은 진행 상황들이 있다.
- 테슬라(Tesla)에서는 로봇 옵티머스를 이용해 자동차 공장 노동을 대체하고, 나아가 가정에서 장을 보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을 꿈꾼다.
- 피규어AI의 피규어 01/02와 같은 모델은 "대화가 통하는 로봇"으로 유명해졌고, 이미 BMW 공장에 투입되어 실전 노동을 테스트 중이다.
- 그 밖에도 관절이 인간보다 더 기이하게 꺾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박스를 나르는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이라는 로봇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선사할 노동의 해방은 사실 인간이 얼마나 기대해 왔던 일인지 모른다. 운전하는 시간이 아까웠던 사람들에게 자율주행 택시는 더 저렴하게 내 시간을 확보해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기대하는 AI와 달리 더 고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AI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현재는 Gemini라고 하면 이해할 것이다.)의 창시자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를 기억하는가? 우리에겐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로 이름을 알렸지만, 다큐멘터리 <The Thinking Game>을 보면 게임 이외에도 인간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지능을 풀어, 그 지능으로 다른 모든 문제를 푼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영상에서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알파폴드(AlphaFold)라는 AI를 개발하여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생명체의 기본 요소인 단백질이 어떤 3차원 구조로 접히는지 예측하는 것) 이 공로로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와 수석 연구원 존 점퍼가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전통 화학자가 아닌 AI 과학자가 화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인류의 난제를 풀게 되고,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노동으로부터 해방이 기다리고 있는데 왜 우리는 AI 시대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다큐멘터리 <The Thinking Game>은 무료로 Youtube에서 시청 가능하다.(링크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95J8yzvjbQ&t=4849s
AI의 위협은 사실 내 먹거리의 위협이기도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직장 내에서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해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지 알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것도 내가 하고, 저것도 내가 했어."라고 말하는 분들이다. 거의 혼자서 회사 하나를 다 차린 걸로 보이는데 그럴 리가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돌이켜보면 그 시대 운 좋았던 상황, 주변 사람들의 도움,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모두 맞닥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신을 높이고, 자신을 드러내서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이 애초에 조직에서는 100%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직은 1인의 스타를 만들기보다는 대체 가능하고 분업화된 형태로 일을 구성하고자 한다. 기업의 오너는 조직을 위해 인간의 본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직무를 구분하고 제한된 일만 하도록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사람들은 일을 위해서는 조직에 속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협업의 개념보다는 정말로 어떤 조직에서 내가 월급을 받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사고 속에 자리 잡은 일의 개념이다.(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소개할 때 소속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손기술이 많이 들어가는 예술 분야나 지식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조직에 속했음에도 "나" 자신의 존재감을 조직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AI로 인해서 이 조직적 사고와 나의 존재감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조직이 존재해야 하고, 나는 조직에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그래야 계속 일하는데), AI로 인해 조직에서 내 자리는 위태로워지고, 믿었던 내 능력과 기술은 대체 가능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적어도 조직 안에 존재하면서 AI는 나를 대체할 위협적인 대상이 된 것이다.
AI 시대가 다가오고, 우리의 조직 체계는 산업혁명이 시작한 그 시대의 체계로 머물러 있다. 조직적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조직 문화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조직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가장 대표적으로는 Fordism(포디즘)이 있다. 우리가 아는 자동차 회사 Ford의 창립자 헨리 포드는 자동차 조립 라인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여 노동자가 이동할 필요 없이 가만히 서서 기계의 속도에 맞춰 반복 작업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시대를 열었지만,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같은 작품을 통해 공장 노동자들의 생활이 비인격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프레데릭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론>을 통해 "어떻게 하면 노동자가 딴짓을 안 하고 기계처럼 효율적으로 움직일까?"를 연구했다. 스톱워치를 들고 노동자가 동작 하나하나를 초 단위로 쟀다.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고 생각(설계/관리)은 경영자가 하고 실행(단순 노동)은 노동자가 하는 분업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오늘날 KPI, 성과 측정, 매뉴얼화된 업무 프로세스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개인이 해오던 일을 개인이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거대하게 바꿔놓았다. 1인 혹은 삼삼오오 힘을 합쳐서 해오던 일들은 줄어들었다. 호미와 칼, 말발굽을 만들던 대장장이, 구두 장인, 직조공들이 사라졌다. 옆집 아저씨가 대장장이라거나, 구두 장인이라는 얘길 들어본 적 있는가? 심지어 SNS를 통해서도 개인이 그런 일을 하는 경우를 잘 찾아보기 어렵다. 이 예시들이 너무 옛 것이라면 우리가 기억하는 초창기 게임들은 1인이 기획, 코딩, 도트 그래픽, 효과음까지 넣을 수 있었으나 현재의 게임 GTA, 콜오브 듀티 등은 수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제작한다. 그 밖에도 혼자서 서버 구축, 디자인을 짜던 웹마스터가 사라지고, 애니메이션, 웹툰 제작도 기업화 됐다. 자동차 정비도 이제는 센서, ECU, 소프트웨어 코드를 신경써야기에 개인 정비가 사라지고 있다.
그 일들은 기업화되어 넘어갔고, 1인이 해낼 수 있는 일은 커다란 공정의 일부만 가능해졌다.
분업화가 되며 나는 내가 맡은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고, 그 작은 범위에서 전문가가 되며, 기업은 보다 효율적으로 물건을 생산하고, 구성원이 회사 그만두는 것에 대한 위험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조직은 구성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복지를 제공하되, 조직의 지속성을 위해 직원을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들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