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게 살거라

참기름과 깨소금

by 정귤

지인이 버섯을 나누어주었다. 참기름에 달달 볶기만 해도 맛있다며, 참기름은 역시 시골 참기름이라며, 시부모님이 주시는 참기름을 매번 얻어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 나는 뜻밖의 감동을 받고 말았다.


지인의 시어머니께서는 고소하게 살아라고 신혼 때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참기름과 깨소금을 손수 챙겨주신다는 거였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챙겨줄 순 있지만 "고소하게 살거라." 하는 말과 함께 주시다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고소한 참기름과 깨소금같이 고소하고 사이좋게 살라는 부모님의 그 마음에서 풍미가 느껴진다.


나도 나의 자녀들에게 음식을 챙겨준다면 어떤 것을 줄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달달하게 살아라고 설탕? 화끈하게 살아라고 고춧가루? 아무리 떠올려봐도 참기름과 깨소금만 한 건 없는 것 같다. 나도 우리 아이들 시집, 장가가면 참기름과 깨소금을 예쁘게 담아 "고소하게 살거라." 하고 다정하게 말해줘야지.


부드럽고 깊은 맛을 뜻하는 '고소하다'는 단어처럼 부부가 서로 부드럽고 다정하게 깊은 사이가 된다면 이 얼마나 깨 볶는 모습인지,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있을지. 음식의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깨소금 한 움큼은 깊은 감칠맛을 낸다. 기분 좋은 곁들임이 된다.


나도 참기름과 깨소금처럼 남편 마음에, 아이들 마음에, 가족과 이웃들 마음에,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마음에 작은 위로, 작은 힘, 작은 용기, 작은 희망 한 방울, 한 움큼 똑 떨어뜨리는 고소한 사람이면 좋겠다.


잘 산다는 건 참기름과 깨소금처럼 메인이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향을 풍기는 것. 그렇게 오래오래 고소하게 사는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