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조약돌 1' 할게요.
'해파리는 해파리의 삶이 있고, 상어는 상어의 삶이 있다. 해파리에게 왜 상어처럼 이빨을 드러내며 물고기를 잡아먹지 못하냐며 상어보다 열등한 생물로 낙인찍는 게 아니라,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의 생태를 이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와 같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글이었지만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글의 댓글이었다.
'나는 해파리도 상어도 싫고 그냥 작은 새우가 되어서 해초 속에 숨어서 친구들이랑 수염으로 장난칠 거야 그러다 잡아먹히면 별 수 없지 뭐 내가 새우인걸?'
'난 거북이 할래. 누가 오면 등딱지 속에 숨어서 모른 척할 거야.'
'바다사자도 괜찮아 보여. 가끔 육지에 가서 일광욕하고, 너무 뜨거우면 바다 한 번 들어가 주고.'
'그럼 나는 갈매기 할게. 해파리 거북이 바다사자 움직이는 거 구경하면서 물고기 잡아먹을 거야.'
'나는 등대하고 싶어. 길 잃은 사람들 밝게 비춰 주면서 길을 알려줄 거야.'
해파리, 상어, 거북이, 바다사자, 갈매기.. 이 외에도 등대, 파도, 나무판자 등등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상상력 속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걸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나는 바닷가에 잔뜩 있는 조약돌 중 하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1. 생물이 되어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그건 이번 생으로 충분하고, 한 곳에 고정되어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싶다. 물론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겠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다. 내가 크게 움직일 정도의 파도라면 태풍급일 텐데, 그 정도의 태풍이라면 나만 움직이는 게 아니니 다른 돌멩이들이랑 같이 여행 가는 기분으로 움직여도 좋을 것 같다.
2. 여기저기서 많이 치이고 깎여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동글동글한 모양이면 좋겠다. 깊은 산속에 있는 멋진 바위나, 깎아지른 절벽이나, 혹은 웅장한 암석도 좋겠지만 나는 그저 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 발에 차이면 차이는 대로 깎인 동글동글한 조약돌이 되고 싶다. 뾰족한 모서리와 거대한 몸통 대신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작고 뭉툭한 조약돌이면 된다.
3. 수천, 수만 개가 넘는 '평범한 조약돌1'이 되고 싶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모양이 다르겠지만 멀리서 보면 모래나 조약돌이나 별 차이 없을 정도로 흔하디 흔한 돌멩이가 되고 싶다. 기왕이면 반짝반짝 깎여서 예쁜 모양의 조약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바닷가에 놀러 온 누군가가 우연히 나를 집어 들었을 때, 마음에 쏙 들어서 같이 온 사람과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며 기념품으로 집에 가져가면 더욱더 좋겠다.
많이 깎인 돌멩이는 그 자체로 빛이 난다. 그렇게 오랜 시간 쌓인 그들은 보석이 된다. 물론 태생이 보석이 될 재목이 아닐 수도 있고, 깎이다 못해 모래알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모른다. 미래의 인류에게는 모래가 지금의 보석들보다 가치가 높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냥 나는 나대로 조약돌의 생을 살고 싶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오늘 같은 새벽에, 잠들기 전 한 번쯤은 가볍게 생각해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