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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아 Dec 10. 2021

마음의 평온을 찾아서

- 조현영의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을 읽고 -

  거실 바닥에 쌓아 놓은 책들을 정리하다 클래식에 관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피아니스트 조현영의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이다. 보통 때 같으면 지나쳤을 책이었다. ‘나 돌보기’ 목록 중 하나인 ‘1일 1 클래식’ 덕분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더니 맞는 것 같다. 저자는 “보통날, 보통 사람들도 클래식을 편하게 들을 수 있게”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차례를 펼쳤다.  

    

  책 내용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보통날의 클래식’, 2부 ‘음악 하나로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3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주제 아래 마흔 세곡의 클래식을 소개한다. 각각의 곡은 그 곡과 관련된 저자의 일상 이야기, 작곡가의 삶과 음악 세계, 곡 설명 세 꼭지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일상 이야기는 잔잔하고 담백해서 편안하게 읽힌다. 작곡가 소개에선 작곡가의 삶과 음악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곡 소개에선 클래식 음악의 형식과 용어, 곡의 특징, 악기 구성에 대한 설명이 있어 그 곡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이 가볍고 이해하기 쉬워 저자 말대로 보통 사람들의 클래식 감상에 딱 좋다.     

 

  '1일 1 클래식'을 시작하면서 먼저 쇼팽의 녹턴,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등 친숙한 곡을 찾아서 들었다. 처음 들을 땐 음악의 선율과 분위기에 빠져서 듣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하며 배경음악으로 들었다. 이 책을 만나고부터 그날의 날씨, 기분에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을 골라 들었다. 곡명 앞에 “이불처럼 덮고 자면 따뜻한 음악”, “청명한 아침을 맞이할 때 듣고 싶은 음악” 등의 제목을 달아 놓아 그날 듣고 싶은 음악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가 언제, 어떤 상태에서 쓴 곡인지, 악기의 음색이나 주의 깊게 들을 부분은 어디인지 생각하며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다시 듣는다. 베토벤이 이 소나타를 작곡한 시기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그야말로 베토벤 인생의 봄날"이었다고 한다. 곡명 앞엔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온다”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저자는 이 곡을 자신의 “인생이 춥디 추운 겨울”에 즐겨 들었고, 감미로운 바이올린의 첫 음이 울릴 때 위로받았다고 했다.      


  봄이 절대 오지 않을 것처럼 외롭고 추울 때 베토벤의 소나타를 들으며 봄을 기다렸다. 희망도 없고 꿈도 없다고 넘어져 있을 때 베토벤은 나를 일으켰다.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온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반드시 온다.

                                                                                                                                             -p37 -     


   가장 친밀해야 할 관계에 골이 파이면서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도 이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았었다. 깊은 겨울,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얼어붙은 마음에 해빙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단절 속에서 모든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을 때 이 음악을 들으며 내 마음이, 관계가 풀리기를 바랐었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온다”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길 바랐었다.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을 읽고, 그날의 클래식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끓어오르던 감정의 포말이 부서지며 평온이 찾아온다. 어느 순간 우울함이나 부정적 늪에서 자연스레 벗어나게 된다. 어디선가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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