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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Dec 19. 2020

#114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하)

#114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 존 카밧진 지음 / 엄성수 옮김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는 대개 어른들의 보살핌 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 성인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윗사람들 역시 어른들의 보살핌 없이 성인이 됐기 때문에, 우리의 젊은이들과 우리의 아이들을 상대로 어떻게 정서적인 생명력과 진실성을 일깨워줄 것인지에 대한 집단 지식이 더 이상 없다. 어쩌면 마음챙김 수행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 속에 잠들어 있는 옛 지혜를 다시 깨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몸과 마음의 기본 요소들, 바닥, 그리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요가 수행을 해온 사람이라면, 몸의 이런 상태를 꾸준히 경험하고 싶어 하며 또 스스로 변화된다는 걸 어렵잖게 알아차릴 수 있다. 보다 까다로운 자세들을 취하면서 바닥에 누워 있다 보면 몸이 점점 스트레칭된 상태나 놔주는 상태로 깊이 가라앉게 되어, 요가 수행 과정 중에 종종 '어딘가로 향하는' 느낌도 들지만 동시에 '현재 상태 그대로 머무는' 느낌도 들게 된다. 



당신 자신의 가슴 안에 친절, 받아들임, 소중히 여김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겠는가? 앉아서 하는 명상 중에 몇 번이고 계속 당신 마음을 호흡에 집중하듯, 당신은 몇 번이고 계속 그래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가끔 스스로에게 이런 말들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안다. "부디 무지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부디 탐욕과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부디 행복해지기를!" 그러나 이런 말들은 그저 자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또한 소망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의 두려움과 건망증 때문에 우리 스스로 너무도 자주 만들어내는 문제들로부터 적어도 그 순간만이라도 자유로워지자고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의도들 말이다. 


한 순간만이라도 한 그루의 나무나 꽃, 개, 한 장소, 한 사람 또는 당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한순간에 모든 사람들, 모든 장소들, 모든 고통, 모든 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의 조화는 늘 우리 주변에 또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 조화를 인지할 수 있다면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뒤늦게 되돌아보고서야, 아니면 깨지고 나서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몸안에서 모든 게 잘 돌아갈 때는 조화는 눈에 띄지 않고 넘어가기 쉽다. 



마음챙김에 토대를 둔 스트레스 완화(이 경우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건강 증진)의 핵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권위를 되찾도록, 또 자신의 삶과 자신의 몸과 자신의 건강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도전하게 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자세를 개발한다는 건 자기 자신의 삶을 직접 쓰고, 따라서 스스로 일종의 권위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러자면 자기 자신을 믿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슬픈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 깊이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 



어디를 가나 늘 뭔가 싫은 게 있는 법이다. 그러니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놔두고 당신이 어디에 있든 집에 있는 거나 다름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어떻겠는가? 바로 그 순간 당신은 당신 존재의 핵에 다가가게 되고 마음챙김 상태에 도달해 치유될 것이다. 이런 걸 이해할 때, 그때 비로소 동굴과 수도원과 해변과 외딴 명상 수련회장이 당신에게 진정한 풍요로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물론 다른 모든 순간과 장소들 역시 그럴 것이다. 


남은 삶은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사는 대신,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살았다. "이 행성(그는 우주선 '지구호'라 불렀음)에서 내가 잘 알고 있으면서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내가 책임지고 해야만 할 일은 무엇일까?" 그는 이 질문을 계속 자신에게 하기로 마음먹었고, 또 그 답이 떠오르는 대로 바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런 일이 일어나려면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한다. 그 무엇도 무에서 생겨나진 않는다. 모든 일에는 그에 앞서 일어나는 일이 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가 경찰에 '잡히든' 잡히지 않든, 모든 일에는 그에 따른 결과들이 있다. 우리는 늘 잡힌다. 어떤 행동의 카르마에 잡힌다. 우리는 매일 우리 자신의 감옥을 짓는다. 어떤 면에서 감옥에 있는 내 친구들은 알든 모르든 결국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지구상의 생명은 그 자체로 온전하지만, 육안으로 보이든 보이지 않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멸종됐든 살아 있든, 시간에 얽매인 독특한 육신들 형태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따라서 한 장소에만 존재할 필요는 없다. 한 방법으로 존재할 필요도 없고, 한 가지 방법으로 수행할 필요도 없고, 한 가지 방법으로 사랑할 필요도 없고, 한 가지 방식으로 성장하거나 치유할 필요도 없고, 한 가지 방식으로 살 필요도 없고, 한 가지 방식으로 느낄 필요도 없고, 한 가지 방식으로 알거나 알려져야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독특함이다. 



탐구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탐구는 지금 이곳에서의 우리 존재 및 삶 그 자체의 기본적인 신비와 계속 접촉할 수 있게 해주는 한 방법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남자나 여자, 아이, 부모, 학생, 노동자, 사장, 죄수, 노숙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의 카르마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의 길은 무엇인가? 이 행성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첫 단계는 문제가 있다는 것, 그러니까 어떤 중압감이나 긴장 또는 부조화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 탐구를 한다는 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용기를 내 뭔가를 쳐다보며 '이게 무엇이냐?' 물을 수 있는가? 



만약 우리가 자아 형성 과정을 몸에 밴 습관이라는 걸 인정해,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경험하는 게 아니라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걸 멈추기 위해 스스로 하루를 쉴 수 있다면, 아마 그때서야 비로소 훨씬 더 행복하고 여유로워질 것이다. 



아이 하나가 적어도 18년간의 명상 수련회여서, 사실상 선행을 할 시간도 낼 수 없을 것이다. 육아라는 이름의 이 수련회 일정은 인정사정없으며, 끝없이 이타적이고 자애로운 행동들을 요구할 것이다. 이제껏 내 자신의 개인 필요와 욕망을 뒤쫓는 시간들로 채워졌던 내 삶은 젊은 독신자에게 너무나도 정상적인 삶이었지만, 이제 그 삶도 급변하게 될 참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성인으로 살아온 이때까지의 내 삶에서 가장 큰 변화가 될 게 분명했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더없이 명료한 관점, 더없이 확실한 마음 비우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라. 적절한 순간에 얘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타이밍에 맞춰 어떤 식으로 말할 건지 미리 잘 생각해두지 않는 한,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마 충고는 가장 쓸모없는 일일 것이다. 그저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고,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기막히게 좋은 선물이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안아주는 것 또한 해롭진 않을 것이다. 



나는 육아를 장기간의 임시 후견 행위로 본다. 확신하건대, 아이들을 '우리의' 아이들 또는 '나의' 아이들로 생각해 우리 바람대로 키우고 통제할 소유물처럼 대하기 시작할 경우,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빠지게 된다. 좋든 싫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늘 그렇겠지만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것이다. 





마음챙김이 하는 일이 바로 매 순간 우리를 깨어 있게 해 생명력 넘치는 존재로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모든 게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영의 역역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마음챙김 명상은 단 몇 분만 수행하더라도 당신의 마음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우리는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갈망하던 친밀감을 얻을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마음챙김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우리 자신과 세상 사이에 흐르는 친밀감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반드시 해야 할 소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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