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산다는 것은

#26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by monolab


#26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 조원경 지음

만찬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2.5h



[1장] 삶과 경제의 영혼

1. 행복은 어떻게 측정되는가_폴 새뮤얼슨의 행복 방정식
2. 시장은 설계될 수 있다_ 앨빈 로스의 매칭이론
3. 가슴 따뜻한 경제학은 가능하다_아마르티아 센의 '자유로서의 경제발전론'
4. 경제학에 두 마리 토끼는 없다_얀 틴베르헌의 틴베르헌 법칙


새뮤얼슨은 '행복은 욕망 분의 소유(행복=소유/욕망)'라고 간단히 정의했다. 행복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가 소유와 욕망인데, 욕망이 일정하다면 소유가 커질수록 행복해지고, 소유가 일정하다면 욕망이 적을수록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 그것은 바로 탐욕에 대한 경고다. 그는 아무리 개인의 소유가 늘어도 욕망이 도를 지나쳐 탐욕이 되면 불행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p22


로스는 빈부의 격차가 있는 사회에서 개인이 더 나은 사회적 지위로 옮겨 갈 수 있는 사다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대방이 부자인 점을 선선히 인정하되 빈자도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시장을 설계하고 그런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시장설계와 사회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중시한 것이다.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갖고 있지 않다면 민주주의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p36


센에 의하면 자유는 우리에게 궁극적인 목표다. 사회의 각 부분에서 충분한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자유에 도달한다. 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존중하고 애덤 스미스를 사랑한다. 다만 시장 메커니즘 그 자체만으로 경제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각 참여자가 평등하고 그들에게 충분한 자유가 보장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경제발전이란 우리 삶과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키우는 것으로 이어져야만 합니다. 자유란 우리 삶을 더욱 넉넉하고 너그럽게 만들어 장애를 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품은 뜻을 이루게 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p47



[2장] 우리가 직면한 도전

5. 경기가 완벽하게 좋아도 실업률 0%가 안 되는 이유 _ 피터 타이아몬드의 탐색마찰이론
6.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가_밀턴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머니
7. 독신에게 세금을 무는 시대는 정당한가_사이먼 쿠즈네츠의 인구혁신론
8. 나만 살려고 하면 모두가 죽는다_존 내시의 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


피터 다이아몬드, 데일 모텐슨,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는 눈높이가 다름에서 발생하는 엇박자를 '탐색마찰'로 설명했다. 그들의 탐색마찰이론에 의하면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다. 그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구직 활동의 거래비용 때문에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해 시간과 자원이 낭비될 때, 그에 따른 탐색비용을 줄여 나가는 것이 인적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증진하고 국가경제를 위하는 길임에 동의한다. -p70


프리드먼은 이런 신뢰의 원칙을 항상 고수했을까? 프리드먼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헬리콥터 머니다. 이는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새로 돈을 찍어내 시중에 공급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말한다. ...세계경제가 침체되어 있어 수요를 견인할 주체가 많지 않다. 따라서 자산 가치를 올리면 간접적으로 수요가 창출될 걸로 믿는 버냉키의 견해보다, 직접적인 효과를 노리는 더 파격적인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머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소비가 필요하고, 이자율 인하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p89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는 맬서스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인구를 바라본다. ... 쿠즈네츠의 책을 읽어보면 인구 증가와 혁신을 통해 국가를 번영시키려는 '진보의 향기'가 스며 있다. 그는 현대 경제에서 인구의 증가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가 많을수록 혁신의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p101


내시 균형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수학자 존 내시가 22세에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사용한 개념이다. 존 내시는 머리가 좋았지만 감성이 부족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한 그에게서 '현실적 인간의 향기'가 묻어난다. 세상에는 때로 최선보다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거싱 일반적이기에 더욱 그렇다. 때로는 최선이 무엇인지 몰라서 못하는 거싱 아니라 최선에 이르는 과정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하거나 현실적이지 않아서 차선을 택하기도 한다. -p112



[3장] 경제와 윤리

9. 착한 기업이 부유해진다_올리버 윌리엄슨의 거래비용이론
10. 수학 천재는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_로버트 머튼의 '목표에 기초한 투자'
11. 탐욕과 공포는 경제를 어떻게 움직이는가_로버트 쉴러의 비이성적 충동
12. 인간은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에 더 민감하다_대니얼 카너먼의 손실회피 성향
13. 당신이 중고차를 비싸게 사는 이유_조지 애컬로프의 피싱경제이론


윌리엄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가 위압/온정/신뢰의 관계일 수 있는데, 그중 신뢰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긍정적인 예로 그는 도요타를 들었다. "도요타의 핵심 협력 업체들은 오랜 기간 도요타와 거래하면서 부품 업체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도요타로부터 직접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일반 범용 기술과 핵심 경쟁 기술을 구분해 핵심 경쟁 기술에 대해서는 적극 외주(아웃소싱)을 주는 쪽이 바람직한데, 도요타는 그런 방향으로 협력업체를 상대했다. 그래야 중소기업도 기술력을 가지고 자생력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다. 도요타는 결국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p122


노장이 된 로버트 머튼의 새로운 관심사는 재무 설계다. 그는 '목표에 기초한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이제 이론과 모델을 절대적으로 신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모델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강변한다. 그에게 모델은 투자의 참고 사항일 뿐이다. -p135


반면 쉴러는 시장에서의 거품 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버블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시장이 비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비합리적인 군중 행동으로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투기 현상에 대해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주정한다. 쉴러는 탐욕이 두려움을 압도할 때 비이성적인 거품이 생긴다고 말한다. 나아가 심리적 공포가 지나치면 세계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내몰 수 있다고 본다. -p149


카너먼은 두 개의 자아인 '경험자아'와 '기억자아'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험자아는 내가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로 순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자아는 지금 벌어지는 기쁜 일을 즐기고 고통이나 괴로움을 피하려고 한다. 반면 '기억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는 자아로 훗날의 기억과 관련된다. 두 자아의 판단은 일치하지 않는 것이 허다한데, 미래 예측과 의사결정은 통상적으로 기억자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과거 당시에는 손해보는 것 같고 어려운 일이었는데 훗날 그것이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p166


시장에 참여하는 거래자들 사이에는 가치 있는 정보를 알아보는 정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하며, 이것을 시장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 그의 노벨상 수상 논문은 <레몬시장>이었다. 여기에서 레몬은 먹는 레몬이 아닌 불량 중고차를 의미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너무 셔서 먹지 못하는 레몬을 중고차에 비유한 것이다. 중고시장에는 형편없는 '레몬 중고차'도 있지만 성능이 쓸 만한 '복숭아 중고차'도 있다. 중고차 판매자는 자신이 팔려는 차가 레몬인지 복숭아인지 잘 알고 있다. 반대로 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그것을 모른다. -p170



[4장] 국가 만들기

14. 경영자가 국가지도자로서 실패하는 이유_폴 크루그먼의 국가경영 이야기
15. 당신에게 가장 수익률이 높은 투자는?_제임스 헤크먼의 교육경제학
16. 중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_더글러스 노스의 제도경제학
17. 정부는 '천사'가 아니다_제임스 뷰캐넌의 공공선택이론


크루먼이 말하는 핵심은 정부는 큰 원칙만 정하고 그 세부적인 운영은 경제 주체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구하는 데 사활을 걸고 나서야 할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는 이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지, 정부가 몇 개의 핵심 산업을 지정하고 선도해나간다면 자칫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다. ... 이런 근본적인 차이로 국가 회계는 기업 회계와 다르고, 노동법은 기업의 인사관리와 다르고, 금융/통화정책의 기업의 재무 관리와 다르다. -p188


해크먼은 3~4세 흑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일명 페리 유치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인 1962년생 빈곤 가정 흑인 아이 123명 가운데 58명은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실험 대상이 되었고, 나머지는 일반 교육을 받는 비교 대상으로 하여 40년 넘게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유치원 교육의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과 연소득은 물론 법죄율에서도 두 집단은 큰 차이를 보였다. 졸업 후 1~2년 새에 실험군과 비교군의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장기적으로 인생을 바꿔놓은 건 성실함, 사교성 같은 비인지능력이었다. -p196


노스는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을 갖고 있어 믿음 구조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결국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사회 구성원의 믿음, 규범, 공통된 편견과 같은 비공식적 제도와, 이를 반영한 정치/결제 제도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얼마나 유연하고 바람직하게 변화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그는 자생적이고 점진적인 제도의 변화를 강조했다. 기존 표준을 버리고 새로운 표준으로 옮겨갈 때 이익이 엄청나게 크다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표준은 스스로 바뀐다. ... 노스는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고, 제도가 만들어진 틀 안에서 삶의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연구에 신경과학을 접복했다. 신념체계를 형성하고 변동시키는 과정에서 물리화학적으로 작용하는 두뇌의 신경구조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p213


뷰캐넌에 의하면 투표자도 정부도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효용을 극대화한다. 또한 소득과 권력, 명예 등과 같은 이기심에 근거해 행동한다는 점에서 정부도 시장 참여자와 결코 다를 바가 없다. ... 뷰캐넌은 '시장 실패'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정치 실패'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아주 옛날 로마시대의 두 가수 이야기를 상기해보자. ... 뷰캐넌은 이 우화를 예로 들면서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정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더 이상 홍제처럼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p222



[5장] 기술과 혁신

18. 나이트클럽과 구글의 공통점_장 티롤의 양면시장이론
19. 인공지능이 인류의 위대한 탈출을 이뤄낼까 _ 앵거스 디턴의 혁신과 불평등 논쟁
20.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_로버트 솔로의 경제성장론
21. 인터넷과 공유지의 딜레마_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자원 관리
22. 창의력이 국가번영의 열쇠다_애드먼드 펠프스의 자생적 혁신론


장 티롤은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티롤은 산업조직이론과 게임이론의 대가다. 그는 평생 경쟁과 공정거래 정책에서 규제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연구하고 시장의 독과점 문제에 정책 당국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논리적인 틀을 제공했다. 그의 주된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양면시장 플랫폼에 대한 것이다. 시장구조의 독과점화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기업들의 시장집중도에 정책 당국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논리적인 틀을 제시한 티롤의 연구를 양면시장에 적용해보자. 티롤은 양면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가 완전경쟁시장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하게 이론으로 제시했다. -p241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혁신은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애플은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수많은 기기를 세상에 내놓았고 덕분에 그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유한 기업이 되었다. 디턴은 이를 꽤 좋은 종류의 불평등이라고 평가했다. 혁신, 즉 창조적 파괴가 새로운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런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p250


창밖의 솔로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저에 대한 오해도 있는 것 같아요.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그것으로 뭘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지식이 부와 생산성과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노동력과 자본설비의 확충이 20%의 효과가 있다면, 노동인구의 교육 수준이 30%, 기술혁신과 노하우 증가는 50%랄까요. 경제의 보이지 않는 측면이 80% 수준으로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p265


2009년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 인디애나 대학 정치학과 교수다. 그녀는 시장이나 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이나 공동체가 공유재산을 맡아야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자원 고갈도 막을 수 있으며, 시장 만능의 위험을 피하고 정부의 비효율적 통제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그녀의 '자치 이론'이 현실세계에서 가능하려면 어떤 조거닝 부합되어야 하나? 우선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계가 틀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서로가 공생한다고 인식하면서 자율 제도를 만들어 지키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p273


펠프스는 인류 역사상 번영의 화려한 꽃을 피운 시기를 1830년에서 1910년까지로 보고, 해당 국가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을 든다. 18세기엔 상상할 수 없었던 높은 생활수준을 평범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된 비결은 뭘까? 재능 있는 개인이 혁신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으면, 소위 '지식경제' 기반이 구축되고 경제의 활기찬 번영이 가능했다. 번영의 원천이 몇몇 탁월한 혁신이 아니라 대다수 평범한 개인들의 '작은 자생적 혁신'의 지속에 있다는 그의 주장을 들으면서 우리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게 되나? -p28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래 남을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