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 이사 계획

by 소소한빛

“경건한 자에게는 그 마음에 평안이 있으리니 이는 주를 의뢰함이니라.”

– 이사야 26장 3절

나는 전주에서 태어나 일곱 해를 살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는 도시. 고요하고 따뜻했던 골목, 계절마다 풍경이 바뀌던 공원, 그리고 시장 골목에서 풍겨오던 음식 냄새까지… 전주는 나에게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마음의 고향이다.


그 후로 서울에서 2년을 살았고, 지금은 고양시에 터를 잡고 오래 살아오고 있다. 고양시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이 자라기엔 괜찮은 환경이고, 서울과 가깝다는 점은 여러모로 편리하다. 하지만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는 늘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머물러 있다.


전주는 내게 그런 곳이다. 돌아가고 싶은 도시.

먹거리가 풍부하고, 도시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차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자연과 가까워 마음이 맑아지는 곳.

도서관도 좋고, 인근에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 많다. 구례, 정읍, 김제 같은 소도시들은 차로 금세 닿을 수 있고, 그곳엔 여전히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나는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풍요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 마음에 평화가 있는 삶을 원한다. 나에게 평화를 주는 것은 에세이를 읽고, 글을 쓰고, 집밥을 해 먹고, 장을 보고, 집안일을 하는 일상 속 소소한 행위들이다.


산책을 하며 새소리를 듣고, 길가에 핀 작은 꽃을 보는 것.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내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단단해진다. 요란하지 않아도, 내면이 평화로우면 그것이 곧 부유한 삶 아닐까?


전주로의 귀향을 꿈꾸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런 여유로움과 평화 때문이다. 수도권의 집값에 비하면 전주는 훨씬 현실적인 주거지를 제공하고, 덕분에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아이들이 있고, 직장도 이곳에 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며 미래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성장한 뒤에는, 나는 다시 전주로 돌아가고 싶다. 작은 집 하나 마련해서, 매일 걷고, 여행하고, 사색하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 자연 속에서 내 삶을 가꾸고, 조금 덜 벌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더 누리는 삶. 그것이 내가 꿈꾸는 노후다.


그때까지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 한다. 고양시에 있는 동안은 아이들과 서울 근교로 미니멀한 여행을 다니며,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우리는 이미 부자다.


“내가 궁핍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이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 빌립보서 4장 11절

이 말씀처럼,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만족을 배우고, 또 언젠가 다시 돌아갈 날을 조용히 준비하려 한다. 결국 삶에서 가장 귀한 것은 마음의 평안이고, 그 평안은 우리가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들로부터 온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바쁘고 지쳐도, 그 끝엔 반드시 내가 원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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