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억하자 오늘이 찬란해졌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서늘한 문장이 역설적이게도 나의 평범한 일상을 가장 뜨겁게 데워주기 시작했다. 수백 억의 자산도, 끝없는 욕망도 결국 한 줌의 모래로 돌아간다는 진리 앞에 서자, 내가 가졌던 수많은 비교와 고민은 눈 녹듯 사라지고 오직 '살아있음'이라는 눈부신 본질만 남았다.
1. 끝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뜻밖의 다정함
영원히 살 것처럼 굴 때는 아침의 출근길이 지옥 같았고, 아이들의 재촉이 소음으로만 들렸다. 하지만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나니 모든 풍경이 달라 보였다. 오늘 내가 마시는 물 한 잔의 온기, 아이들의 보드라운 손등, 그리고 퇴근길 지평선 너머로 저무는 노을까지. 이 모든 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장면임을 깨닫는다. 죽음을 기억하는 일은 세상을 차갑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시간을 가장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이었다.
2. 숫자의 허상을 허무는 단단한 줏대
누군가는 50억, 100억의 숫자를 쌓으며 영생을 꿈꾸듯 달린다. 하지만 메멘토 모리의 철학 앞에서 숫자는 힘을 잃는다. 마지막 순간에 내 곁을 지키는 것은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나누었던 웃음소리, 그리고 나만의 소우주에서 가꾸어온 평온한 마음일 것이다. 비교하지 않는 삶의 줏대는 여기서 나온다. 어차피 모두가 도착할 종착역이 같다면, 나는 남보다 빨리 가는 것보다 내가 걷는 이 길가의 꽃향기를 한 번 더 맡는 쪽을 택하겠다. 수백 억의 돈으로도 단 1초의 생명을 연장할 수 없임을 알기에, 나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나 자신을 그 무엇보다 귀하게 여긴다.
3. 존재만으로 충분한, 나의 소중한 오늘
메멘토 모리는 나에게 "대충 살아도 된다"는 허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소중한 것에 집중하라"는 지혜를 건넨다.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며 가족을 돌보는 일, 내 집이라는 안식처에서 내일을 꿈꾸는 일,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준비하며 오늘을 후회 없이 사랑하는 일. 이 소박한 일상이 사실은 가장 철학적이고 위대한 삶의 증거다. 나는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오늘 밤도 거울 너머의 나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속삭여본다.
"oo아, 마지막 순간에 이 오늘을 떠올린다면 참 아름다웠노라 말할 수 있을 거야. 너는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 찬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