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느끼는 확실한 행복에 대하여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가 흘렀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쉴 틈 없이 떠들고,
나는 눈을 비비며 밥을 차리고, 빨래를 널고, 엎드려서 장난감을 치웠다.
문득 거울 앞에 선 내 얼굴을 보니,
예전보다 조금 더 ‘엄마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지쳐보이기도 하고, 단단해보이기도 했다.
그때 문득,
‘공짜는 없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온 말.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항상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매일 공짜로 얻고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하나. 아침 햇살의 무료 입장
이른 아침, 아직 모두가 자는 시간.
현관문을 열면, 따스한 햇살이 조용히 나를 반긴다.
아무도 줄 서지 않았고, 돈을 내지도 않았는데
이 아름다움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살며 가장 고요한 시간.
이 평화가 ‘공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값지다.
둘. 아이의 웃음은 무한 리필
우리 둘째는 요즘 입만 열면 “엄마 최고~”라고 한다.
별다른 이유도 없다.
그냥 과자를 까줬다고, 화장실 가는 걸 도와줬다고, 같이 그림을 그려줬다고.
그 말 한마디에 하루치 힘이 생긴다.
어디서든 충전이 안 되는 감정이, 아이의 한마디에서 생긴다.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공짜의 기쁨.
셋. 나만 아는 골목길의 냄새
동네에 작은 산책길이 있다.
낡은 나무 데크, 이름 모를 풀꽃들, 그리고 은은한 풀 냄새.
아무도 관심 없는 길이지만, 나에겐 작은 비밀 장소다.
누가 만든 것도 아니고,
광고도 안 했고,
출입료도 없다.
하지만 걸을 때마다 마음이 맑아진다.
마치 가슴속 먼지를 털어내듯이.
이건 누구에게도 사줄 수 없는 선물이다.
오직 느끼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공짜의 행복'.
넷. 사랑하는 이와의 대화 한 조각
밤이 되면 남편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거창한 얘기는 아니다.
“오늘 애들이 이랬어.”
“점심 반찬이 좀 짰더라.”
“우리,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조용한 대화가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연결감.
기댈 수 있는 마음.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사람.
다시 생각해도, 이건 ‘공짜’가 맞다.
서로 주고받으며 만든 것들이니까.
공짜지만 분명히 ‘내 것’인 행복들
우리는 너무 쉽게 '돈'으로 행복을 계산한다.
좋은 집, 맛있는 음식, 고급스러운 여행.
다 필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지금도
햇살 한 줌,
아이의 말 한마디,
남편과의 눈 맞춤,
따뜻한 물로 씻는 저녁 샤워,
잠들기 전 아이의 포근한 체온,
이 모든 걸 ‘공짜’로 누리고 있다.
공짜는 있다.
다만 그것을 보는 눈이 있을 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