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우리 가족의 저속생활법

by 소소한빛

요즘 나는 자주 느린 삶에 대해 생각한다.

빨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알게 된 건 느림 속에도 삶이 피어난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빠른 삶 속에서 나는 자주 지치고, 나를 잃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저속생활법’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가족은 ‘빠름’보다 ‘느림’을, ‘많음’보다 ‘적음’을 선택하고 있다.


1. 하루에 하나만 해도 괜찮아


예전엔 하루를 계획으로 빽빽하게 채우곤 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빨래를 돌리고, 애들 밥 먹이고, 일하러 나가고, 퇴근하면 저녁 만들고 치우고 다시 아이들 씻기고 재우고…

그리고 다시 눈 떠보면, 어제와 똑같은 하루.


이제는 하나만 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오늘은 이불 빨래만 하면 된다.”

“오늘은 저녁 반찬 하나만.”

“오늘은 아이랑 30분만 놀면 된다.”


하나씩 천천히.

그게 우리 가족의 속도다.


2. 쓰지 않는 것들을 놓는 법을 배웠다


우리 집은 23평. 아이 둘, 어른 둘이 함께 사는 작고 정직한 공간이다.

예전엔 넓은 집을 꿈꿨다. 수납이 부족하다고 투덜거렸고, 자꾸 뭔가를 들여오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정말 필요한 게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때부터 하나씩 꺼내고, 버리고, 나누었다.

옷장은 아이들 옷 중심으로 간소화했고, 내 화장대는 작은 거울 하나와 몇 개의 립밤이 전부다.

책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과 내가 좋아하는 수필집 몇 권.

그러자 남은 것들이 더 잘 보였다.


내가 이 집에서 원하는 건, 더 많은 가구가 아니라

더 많은 ‘함께 웃는 시간’이었다.


3. 밥상은 느릴수록 깊어진다


요즘 우리 밥상은 '10분 완성'이 주류다.

무조건 빠르게 차린다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정성 들였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였다.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이야기 나누고,

남편이 묵묵히 아이 반찬을 챙겨주며 눈을 마주치는 그 시간.

그건 어떤 맛있는 외식보다 더 따뜻한 경험이 된다.


바쁘지 않은 밥상.

눈을 맞추는 식사.

우리 가족의 저속생활은 이렇게 밥상 위에서 매일 자라난다.


4. 계획 대신 리듬을 따르기로


나는 요즘 ‘루틴’보다 ‘리듬’을 믿는다.

계획표는 지키지 못하면 죄책감을 남기지만,

리듬은 흐르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아침엔 아이가 자연스레 깰 때까지 기다리고,

점심엔 몸이 허기질 때 간단히 만들어 먹고,

낮잠 시간이 오면 나도 잠시 눈을 붙인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느끼며 살아간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보는 여유,

아이의 작은 웃음소리에 웃을 수 있는 마음,

이 모든 게 느린 삶이 주는 선물이다.


느리게, 그러나 단단하게

우리는 가난한 편이다.

여유롭지도 않고, 특별히 성공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속의 삶 속에서 매일 ‘충분함’을 느낀다.


가끔은 불안이 찾아오기도 한다.

아이들 미래는 괜찮을까?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걸까?


그럴 때마다 나지막이 되뇐다.

“지금 이 순간, 함께 웃고 있으니까 괜찮아.”


저속생활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다.

매일 천천히, 느릿느릿 실천해 나가는 살아 있는 철학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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