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정신없었다. 두 아이의 등원 준비, 급하게 구운 토스트, 남편의 도시락,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의 신발이 바뀐 걸 발견했을 때의 찰나의 절망감.
워킹맘의 하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전력질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나는 늘 커피를 챙긴다. 그것도 ‘디카페인 커피믹스’.
처음엔 그냥 카페인이 싫어서였다. 잠이 깨는 게 아니라 가슴이 불안해지는 느낌. 그러다 우연히 마신 디카페인 커피믹스 한 잔. 진하고 따뜻한데, 몸은 가벼웠다. 그 이후로 매일 아침, 아이를 보내고 나면 조용히 식탁에 앉아 디카페인 커피를 탄다. 다 타지도 못한 마음을, 그 한 잔에 천천히 풀어내며.
창문 너머로 햇살이 들어오면, 그제야 비로소 나도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가 식어갈 때쯤이면, 마음속에 웅크린 나도 조금씩 펴진다. 커피믹스의 단맛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애씀에 조용히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요즘 나의 낙은 이 작은 브런치 시간이다. 번쩍거리는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다. 대신 조용하고, 소박하다. 그 작은 위로가, 오늘도 엄마이자 직장인인 나를 버티게 한다.
세상이 뭐라 해도 괜찮다. 나만의 속도로, 디카페인 커피처럼 부드럽게 살아내면 되니까. 그 한 잔이면 충분한 날도 있다. 아니, 그 한 잔이 없으면 안 되는 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