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질 없는 회사는 없을까?

by 소소한빛

오늘도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하루 종일 웃는 얼굴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메일을 돌리고, 회의실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는 자꾸만 지치는 목소리가 자라났다.


‘왜 나는 일보다 사람 때문에 더 피곤할까?’


일은 어렵지 않았다. 메모해두고, 하나씩 해결하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진짜 나를 지치게 하는 건, 말로는 "우리 팀"이라면서도 서로를 은근히 견제하는 눈빛,

윗사람에게만 잘 보이려는 아부성 말투, 조용히 칼을 갈다가 기회가 오면 푹 찌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관리자였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님을 알면서도, 언제나 뒷말은 내 탓처럼 남아 있었다.

"걔가 요즘 좀 예민하대", "자기가 맡은 일만 하려고 해", "너무 원칙주의자야."

사실 나는 그저 조용히,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한때는 이런 생각도 했다.

‘정치질 없는 회사는 없을까?’

진심이 통하고, 나이도 직급도 넘어서 서로를 존중하는 곳.

말보다 마음이 먼저인 곳.

사람보다는 일이 먼저인 곳.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곳은 ‘이상향’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곳엔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엔 권력과 관계가 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었지.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진실처럼.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정치질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 아닐까?’


남에게 해코지하지 않고, 불필요한 줄 서기를 하지 않고, 내 양심과 타협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

때로는 손해를 보고, 때로는 묻혀버리는 삶이지만

그래도 나는 내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이 정글 같은 조직 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싶었다.


퇴사를 몇 번이나 고민했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는 현실도 안다.

그래서 오늘 밤은 이렇게 마음을 적어 내려가 본다.

다음 주 월요일도 어김없이 돌아오겠지만,

나는 오늘의 나를 다독이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정치질에 물들지 않으려 애쓴 너는, 어쩌면 가장 용감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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