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대충 살자

by 소소한빛

오늘은, 정말 대충 살았다.


밥도 대충. 반찬은 김치 하나에 계란말이.

아이들 옷도 대충. 바지에 초코 묻어도 그냥 입혔다.

청소도 대충. 먼지가 보이긴 했지만, “내일 하자” 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나 자신도, 오늘은 대충 용서했다.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었다.

아무 계획 없이 흘러가도, 큰일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며 웃은 그 5분,

작은 손으로 "엄마, 또 해!" 하며 안겨온 순간이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대충’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나를 지키는 작은 다정함이었다.


나는 매일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산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 남편에게 괜찮은 아내,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결국

숨이 막혀서 쓰러지기 직전에야 내려놓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먼저 내려놨다.

미리 좀 ‘대충’ 살아보았다.


대충 살아도 괜찮더라.

사람은 원래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더라.


세상이 시끄러워도, 집 안에 웃음소리만 있다면

그게 우리 가정의 평화고,

SNS에 비교될 게 없어도,

아이들이 "엄마 최고" 해주면 그게 내 전부다.


요즘 나는

"덜 애쓰고, 더 웃는 법"을 배우고 있다.


매일 아침 묵상하고, 아이들과 대충 놀고,

마트 세일 품목에 맞춰 식단을 짜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피곤하면 좀 눕고,

그렇게 살아도

내 인생은 꽤 괜찮다는 걸 안다.


엄마도 인간이니까,

가끔은 대충,

가끔은 실수해도 괜찮다.


그리고 그 실수 속에서

아이와 웃을 수 있다면,

그날은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다.


내일도 대충 살고 싶다.

단, 마음만은 진심으로.

나도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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