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은 화려하지 않다. 검은 품속에 불을 껴안고 하얗게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불길 한 번 솟지 않는다. 숯불을 즐기는 묘미 중 하나는, 동그란 감자를 호일에 감싸서 희끗해진 숯불 사이로 던져 넣는 것이다. 몇 분 담소를 나누다가, 젓가락을 감자에 찔러 넣었을 때 그 끝이 부드럽다면 잘 익은 감자 한 알을 입에 넣을 수 있다. 단단했던 속을 부드럽게 녹이는 데에 화려한 구색은 필요하지 않았다. 잔잔하게 퍼지는 따뜻함 곁에 있으면, 가을밤의 찬 공기가 더 신선해진다. 어깨를 맞닿고 있는 이도 저 숯불이 좋나 보다.
“감자나 이것저것을 꾸워주고, 실용적인 저 숯불”
-SIJ-
땔감이 수명이 다해갈 때쯤 불이 사그라든다. 불꽃은 사라졌으나, 온기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차게 식어가는 장작더미 틈에서는 아직 뜨거운 태양빛이 새어 나온다. 마른 장작을 다시금 넣어주면 금방이라도 활활 타오르겠지만, 나는 물을 뿌려 잔불을 죽여 놓았다. 따뜻하게 몸을 녹이니 나른해진 탓에 이제 그만 쉬고 싶다. 그러나 잔불은 쉽게 죽지 않았다. 뭘 더 태우고 싶은 건지 회색 잔해 틈에 숨어 연기를 피워내기도, 작은 불씨를 화로 밖으로 던지기도 한다. 잔불 안에는 열정이 살아있다. 계속 타오르려고 하는 것도 일인데, 나는 쉴 때 같이 쉬자고 잔불에 다시 물을 끼얹는다. 잔불의 열정이 산불이 되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