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1] 결혼사진

희미해진 기억 속 이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된 나

by 박무가내

벽에 걸린 결혼사진에는 엄마가 없다. 나의 기억 속에는 있는데 왜 그날의 사진에는 없을까?


5년 전, 나의 일상은 더할 나위 없이 지극히 평범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수업을 받고 끝나면 기숙사로 돌아가 엄마와 전화로 서로 밥은 먹었냐는 둥 뭐 하고 있었냐는 둥 수다를 떨고, 방학 때는 집에서 늦잠을 자고 실컷 TV 보고 방학이 끝나갈수록 아쉬움만 남는 그런 일상.


4년 전, 어느 순간 엄마는 집을 떠났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은 걷잡을 수 없이 뒤틀렸다. 사건은 커져 내게 남은 건 우리 집의 유일한 가족사진 한 장. 밤이면 걸려오는 엄마 전화, 아빠 전화, 동생 전화를 눈물 속에서 받았던 나와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 3년 동안 엄마를 기억 속에만 내버려 둔 채, 불쑥 찾아오는 그리운 시간을 눈물로 억눌렀다. 시간이 흘러 나는 직장을 찾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지나간 시간만 추억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이제는 좋았던 기억만 남겨두자고 생각했는데, 벽에 걸린 결혼사진을 볼 때마다 비어있는 그 자리가 내 다짐을 무너뜨린다.


아빠는 '내 인생은 실패했다'라고 말한다. 가정을 지키지 못한 것이 어찌 실패일까? 내 인생은 실패의 결과물인가?
아빠는 엄마를 탓한다. 아빠도 엄마도 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거짓된 약속만 내게 하고 홀연히 떠났다.
엄마는 내가 배신했다고 한다. 내가 무슨 힘이 있길래, 나는 그냥 버려진 거다.


오늘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들고 글을 쓴다. 예전의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화만이 가득했고 이제는 잔해만 남겨진 기억의 자리를 그리움과 외로움이 비집고 들어온다.


계속해서 나는 슬프지 않다고,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그만 나를 뒤흔들라고 나를 내버려 두라고, 그냥 더 이상 나에게 엄마가 없음을 이제는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결혼사진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내 마음이 아직 단단해지지 못했나 보다. 그저 그리움이 나를 삼키지 않기를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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