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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May 07. 2022

내 부지런의 롤모델

유튜브로 찾은 롤모델

 나는 평소에 유튜브를 자주 본다. 집안일이나 육아를 하다가 잠깐 짬이 나면, 편안하게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하루는 유튜브로 황농문 교수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교수님은 몰입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분인데,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법은 바로 몰입하는 것이라 했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 완전히 몰입하고 나면 여한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살림과 육아가 주 활동인 나로서도 적용이 되는 말일까? 어떤 분야든 상관없다 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꼭 완벽히 좋아하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은 다 멋져 보인다. 교수님 말씀에 나름 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었으므로(이름에서부터 오는 신뢰?), 나는 내 인생에서 대단한 몰입은 못하더라도 최소 부지런은 떨어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 부지런이라고 하면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체지방률 5프로에 도전하며 온몸을 단련하는 사람들. 나도 그렇게 따라 해야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이랑 영상을 통해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배우자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유튜브를 틀었다.



 그런데 5분 단위로 쪼개 사는 그들을 보며 동기가 부여되는 게 아니라 점점 피곤해졌다. 난 당연히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하니 시작하기도 전부터 마음의 짐이 되었다. 완벽한 엄마이자 완벽한 여자. 그렇게 되기도 힘든데 그렇게 돼야만 충만한 삶이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졌다. 하루 중 쉬는 시간도 얼마 없는데 울적이라니. 그냥 휴식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자기 관리 유튜브를 지켜보던 나의 의식이 어느새 평범한 다른 채널들로 흘러가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채널은 주로 살림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사이에 외식을 하든 음식을 만들어먹든 요리가 나오는 영상을 좋아한다. 어쩌다 보니 유튜브가 주제인 이야기가 되어버린 거 같은데 요즘 내 일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나보다. 유튜브의 장점은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알아서 틀어준다. 그렇게 흐름을 따라가며 멍을 때리고 있는 것이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의 하루 중 나의 유일한 휴식이다.





 내가 흘러들어 간 채널 속 그들에게 원대한 목표나 대단한 계획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하루 동안 자신의 리듬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해둔 것이다. 하지만 그 두서없고 멋대로인 흐름을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멍하니 따라가다 보면 왠지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오늘 저녁 요리는 나도 김치를 듬뿍 넣은 찌개를 만들어야지 했다가 하다 못해 책상이라도 좀 치워야지 싶기도 하다.



 도피성으로 보기 시작한 유튜브. 어쩌면 배울 게 없는 킬링타임 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랬는데 휴식과 재미를 찾아 채널을 보다 보니 오히려 의욕이 생겼다. 나는 관찰 예능이나 유튜브 브이로그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의욕을 배운다. 엄두가 나지 않는 미라클 스케줄링보다는 그냥 따라 해 보기 쉬운 5분 팁 정도가 좋다.



 다시 말해 내게 동기부여가 되는 부지런한 사람은 꼭 대단한 목표를 이뤄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뭐라도 하는 사람 그 자체다. 한마디로 내 부지런의 롤모델이다. 그렇게 뭐라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나 역시 의욕이 생겨 같이 뭐라도 하려고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그 기록으로 힘을 준다. 꼭 열심히 노동하는 사람뿐 아니라 편하게 쉬거나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도 같이 보고 웃다가 힘이 나기도 하는 걸 보면 기록 자체가 나에게 힘을 주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기록이라는 뭔가를 했다는 뜻이 되므로 결국 뜻은 상통하는 건가.



 그래서 나도 기록하고 싶어졌다. 내 기록을 돌아보며 나 자신이 다시 힘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랄까. 생산성에 대한 강박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꽉 채우려고 하면 안 되듯 너무 쉬려고만 하는 것 역시 강박인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조금은 움직이는 게 쉴 때 더 마음 편히 쉬도록 도와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이렇게 부지런해지고 싶은 이유와 나의 롤모델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어쨌든

뭐라도 하면 뿌듯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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