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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래 May 20. 2019

LA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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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고 있다. 이주에서 하루 부족한 시간 동안 함께 한 도시에 뭐가 그리 정이 많이 들었다고 이렇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하지만 별다른 일정 없이 좋아하던 곳을 찾아 햇빛 아래 늘어져 있다 올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감상은 내일로 미뤄두겠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의 여파가 너무 센지 투어 이후로 어떤 것을 봐도 감흥이 적었다. 다운타운에 있는 여러 거장의 건축물을 봐도 감동은 그때뿐 여운이 있다거나 하는 것이 없었다. 신이 빚은 자연을 본 이후에 모든 인공물이 부질없어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순차 일지 모른다.


조슈아의 후폭풍에서 조금은 벗어난 상태로 LACMA를 다녀왔다. 미국 서부 예술계의 자존심, 인 라크마는 한 사람의 마스터플랜 아래에 세워진 곳은 아니다. 좀 집밥 같은 느낌인데 음, 각기 다른 건축가가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을 존중하며 와중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건물인지라, 있는 반찬에 어울릴 만한 다른 반찬을 만들어 먹는..ㅋㅋ그런 집밥 느낌이었다. 게티는 단연코 파인 다이닝의 느낌이다.  옷도 좀 말쑥하게 입어야 할 것 같고 괜히 행동도 가지런해진다. 하지만 게티와 라크마는 서로 차이가 있을 뿐 그 둘의 좋고, 좋지 않고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선호도는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게티센터... 정말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나의 최애가 될듯한 건축물이다.

라크마는 여러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BCAM만이 렌조 피아노의 설계다. 주변에 렌조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에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그 특유의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어반 라이트 - 라크마 앞의 인공 설치물로 아주 핫한 포토스팟이다 -의 전력은 낮동안 BCAM의 천창 태양광패널에서 모인 태양열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실로 파빌리온과 건축이 완벽히 하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밖에도 태양광 패널을 실내에서도 천장을 통해 보여주는데 보통 투박한 느낌을 주는 패널이 이곳에서는 아주 미려한 모습을 하고 있어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로 직통 동선을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3층으로 향하게 한다. 대체 뭐 때문에 이리 올리나 싶어서 간 곳에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 깊은 엘에이의 전경이 펼쳐져있었다. 한참 동안 바라본 장면이다.

그 옆 동 -윌리엄 페로가 한 건지는 모르겠다 -은 나의 뇌피셜이기는 하지만 종교건축의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의도적으로 기둥을 세로로 분절하고 그 분절을 빔에서도 지속한다. 이는 마치 고딕의 립을 연상시킨다. 또 그러한 파사드 옆에는 로마네스크의 그것과 같이 면으로 이루어진 피사드가 존재하는데 이 둘이 빛에 의해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물론 이건 나의 뇌피셜이지만 건축가는 이러한 물성의 대비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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