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자신의 마음이 정하는 것

by 바람

일요일이다. 마트에 다녀왔다. 카트를 챙기려는 사람들이 주춤했다. 알고 보니 소독약을 뿌리고 카트 손잡이를 닦고 있었다. 내게는 조심성보다 조금함이 이겼다. 기다리지 않고 옆에서 카트를 챙겨 손소독제만 듬뿍 바르고 카트 손잡이를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강조되는 요즘이니 얼른 사 오려고 들어가는 지점에서 가까운 곳부터 빠르게 필요한 것들을 찾았다. 일단 라면. 벌써 한 달째 방에서 각자 격리 중인 식구들과 매 끼니를 집안에서 복닥 복닥 하니 라면은 필수다. 할인하는 것도 많아 종류별로 한 봉지씩 챙긴다. 비빔면, 짜장면, 우동면, 짬뽕면, 그냥 라면 등 골라 담으니 카드가 벌써 반은 찼다. 일주일 정도의 양이라고 생각해서 담았는데, 우리가 담는 것을 보더니 옆에 장보는 가족은 박스채 챙긴다.


다음은 우유코너다. 학교가 개학이 미뤄져서 우유 소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들었다. 작은 용량의 우유을 대용량에 끼워 팔기 하고 있다. 값이 저렴할 때 많이 먹자 싶어 우유도 넉넉하게 챙긴다. 일주일 정도 유통기한의 여유가 있으니 그때까지 먹을 양만큼 충분히 카트에 담았다.


다음은 고기다. 고기 없으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어린이 입맛 애들을 위해서 역시 챙겼다. 다음 코너에서 토스트용 빵을 대용량으로 챙기고, 때마침 바꿔야 하는 칫솔과 프라이팬도 카트에 담았다. 샴푸도 인터넷 할인점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니 그것도 담는다. 카트에 가득 담았는데 가격은 평소보다 훨씬 적게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대형 마트에 사람들이 옴짝거릴 틈도 없이 흐름에 따라 지나며 장을 보던 때도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 벌써 감감하다. 이제는 사람들이 드문 풍경이 본연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제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피자를 사러 근처 매장에 들렀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 매장을 둘러보니 주인장 읽을 책이 한쪽에 대여섯 권이 놓여 있다. <덕혜옹주>, <엄마를 부탁해>, <다빈치 코드>, 그리고 아마도 자녀들을 위한 책인 듯한 <열두 띠 동물 이야기>와 <대장동 설화 말무덤>.


손님이 없는 매장을 보니 전처럼 손님이 없어 힘든 시간을 책으로 이겨내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공연히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향초인지 장식용 등인지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행복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이 정하는 것'.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왠지 모를 힘을 얻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찬찬히 나의 행복한 대목들을 자연스럽게 짚어 보기 시작했다.


커피를 사러 큰 길가의 카페에 매일 올 수 있으니 행복하고, 헬스클럽은 쉬지만 공원에서 걸을 수 있으니 행복하고, 무시로 나와도 누가 제재를 안 하니 행복하고, 일주일의 양식을 오늘처럼 풍성하게 봐올 수 있으니 행복하고, 아이들 기분 좋게 피자를 사다 줄 수 있게 피자 가게가 영업을 하니 행복하고, 날마다 조금씩이지만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


배달 시켜서 먹을 수 있는 치킨을 파는 곳도 많고, 마트에 가면 물건이 넘치게 쟁여 있으니 내 것이 아니어도 행복하다. 나라에서 통행금지하지 않아도 전염병 통제가 잘 이루어진다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서민들 살림을 위한 대책도 내어 놓을 수 있는 나라의 국민이어서 행복하다. 너무 국뽕(?) 마인드인가 싶지만 외신을 접하면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한 순간이 있다. 그래서 또 행복하다.


오후에 다시 잠시 외출해서 동네 한바퀴 돈다. 가게들이 저녁 영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저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마음으로 행복을 정해 보기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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