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백반 따라잡기

by 바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었고 외출도 조심스럽게 하는 지경이니 외식을 하지 않지만, 이전에는 딸과 둘이서 외식을 제법 했었다. 여자 둘이 먹으니 입맛은 달라도 서로 맞춰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시간은 짧고 먹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꽤 긴 시간 외식과 여유를 즐겼다.


특별히 맛있는 초밥집이나 파스타가 유명한 식당도 찾지만, 우리가 자주 가는 외식은 집 근처의 밥집이었다. 가정식 백반 전문에 생선 조림이나 생선 구이가 특별히 맛있는 곳을 자주 찾아서 갔다. 집에서 생선을 구우면 온 집안에 비린내가 진동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비린내 잡는 꿀팁을 따라 해도 그곳에서 만나는 생선구이의 맛을 따라갈 수 없다. 요즘 많이 하는 말로 '겉바속촉'에 통째로 나오는 생선을 푸짐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생선 조림도 식당에서는 가성비를 노려 무를 듬뿍 넣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생선보다는 무를 더 잘 먹는다. 푹 조려져 생선의 비린내도 적절히, 간도 잘 배어있는 커다란 무를 젓가락으로 똑똑 떼어먹으면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식사를 다 마치고도 무가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담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집에서 생선 구이는 일부러 피하지만, 생선 조림에 처음 도전했을 때, 무가 딱딱하고 간이 배어들지 않아 가족들의 외면을 받았었다. 그러다 어느덧 주부 경력이 오래되어가니 특별한 레시피가 없어도 나이가 민망하지 않게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성묘길 고향식당에서 반찬으로 내어 놓은 고등어 통조림 무조림 반찬을 먹고는 집에서도 해 달라는 아들의 주문을 받아 오늘은 고등어 통조림 무조림을 하게 되었다. 통조림을 사다 놓고도 하지 않고 미적거리니 남편은 무를 툭툭 썰어 한 가득 둥근 팬에 집어넣었다.


"반찬 하려고?"
"아니, 하라고!"


일을 벌여 놓았으니 당장 해야 했고, 당황하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무가 담길 정도로 물을 부었다. 멸치젓 조금, 소금 조금, 간장 조금 넣고 팔팔 끓이니 무가 투명하게 변한다. 거기에 과감하게 통조림을 따서 물을 따라 버리고 고등어 네 토막을 무 위에 얹고 마늘 듬뿍, 김치 담그고 남은 쪽파 큼직하게 썰어 듬뿍,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듬뿍, 들기름 한 숟가락 넣어 약불에 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조리니 모양이 그럴듯하게 완성이 되었다.


아이들은 맛있게 먹었다. 가정식 백반집 못지않은, 고향식당의 반찬과 비교되지 않을 반찬이 마련되었다. 어설프게 한 것 치고는 제법 맛있게 되어 마음도 뿌듯했다.


나이가 먹어도 요리에 부담이 있다. 매일 집밥에 매일 반찬을 해야 하니 아이들도 원하는 것을 한 두개씩 말하고 나도 어설픈 도전을 이어간다. 열무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열무김치를 만들고, 생선 조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생선 조림을 만든다. 아주 과한 주문만 하지 않는다면 어찌어찌 아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집밥이 그리워 가정식 백반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정식 백반집의 반찬이 생각 나서 따라 하는 모양새가 우습기는 하다. 앞뒤가 바뀐 것 같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이렇게 따라서 하면서라도 매끼가 나름 맛있는 식사가 될 수 있다면, 만족한 한 끼를 만들었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