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종? 그게 뭔데?"
"안 먹어, 하지 마!"
며칠 전 인터넷 메인 화면에 마늘종 볶음이 보였다. 한번 해 볼까? 클릭해서 빠르게 지나는 요리 장면을 보며 메모하고 가족들에게 마늘종 사러 가야 한다고 며칠 동안 여러 번 말했다. 그게 뭔데?부터 좋아하지 않으니 안 해도 된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럴수록 왠지 더 하고 싶었다. 분명 한 번은 했던 것 같은데 가족들의 기억에는 없다. 뭐든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마음에다 한번 꽂힌 반찬이니 하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게 뭐라고 그런 결심을 하나 싶었지만, 해서 맛있으면 더 좋고. 그리고 드디어 마늘종을 사러 나갔다.
채소가게에 갈 때는 천가방을 하나 들고 나선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고 난 이후, 채소가게에서는 장바구니를 들고 오지 않은 손님들에게 봉지 값을 청구했다. 까만 비닐봉지 한 장이 50원. 당연하게 물건을 담아주던 것을 돈을 내야 하니 저절로 안 쓰게 되었다. 예전에는 물건의 종류대로 까만 비닐봉지가 서너 개, 네댓 개 손가락에 각각 걸고 오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가져간 장바구니가 꽉 차서 집어넣을 수 없게 될 때까지 우격다짐으로 채소들을 구겨 넣거나 들어가지 못한 것들은 그냥 들고 오기도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는 아니었지만,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가는 중이다.
오늘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무게의 부담을 덜으려고 비닐봉지 하나를 구입했다. 혼잡한 가게를 피해 밖으로 나와 한쪽 구석에서 물건을 정리하는데, 잠깐 옆에 둔 비닐봉지가 마침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그만 날아가고 말았다. 팔랑거리는 봉지를 따라가며 잡아보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이것이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 높은 건물의 벽을 따라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버린다. 이것은 풍선인가 연인가. 앞에서 걸어오시던 할머니께서 "저 위로 가버렸네."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따라서 웃을 수밖에.
봉지가 없어진 아쉬움도 잠시, 맑은 대기에 쓰레기를 남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뜻하지 않게 비닐봉지는 날아가버렸고, 어쩔 수 없이 장바구니 하나에 이전처럼 물건들을 욱여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따로 덜어 담을 생각을 하지 말걸 그랬다 싶은 뒤늦은 후회가 따라왔다. 길 한복판에서 봉지를 잡으려고 모양 사납게 뛰어다니고... 큰 일을 치른 것처럼 삽시간에 급 피로가 몰려왔다.
언젠가부터 먹거리에 대해 강박에 가까운 증상이 생겼다. 끼니를 위해 가족 모두가 만족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고 곧바로 스트레스가 되었다. 누군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기쁨에 음식을 만드는 것이 즐겁다는 경지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가족들을 위한 식사임에도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의 번거로움이 시작도 전부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음식은 해야 하고 일상을 순조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한 나름의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 방법으로 모든 일에 앞서 그날의 먹거리를 먼저 준비하자고 마음먹었다. 매도 먼저 맞는 마음이다. 별것 아닌 하루라도 무언가를 하며 일상을 그런대로 잘 가꾼 날의 의미가, 그 전제가, 내게는 가족의 끼니를 먼저 챙기는 것이 되어버렸다. 끼니를 챙기고 나서야 마음 편하게 나의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나의 항상성을 지켜 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기도, 스스로가 대견한 느낌도 갖게 되었다.
산뜻한 시작의 기운이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벼르던 것을 멈출 수는 없다. 뻣뻣하면서도 출렁출렁 탄성 있는 회초리 같은 긴 대가 무슨 반찬이 될까 싶지만 메모해 놓았던 방법대로 따라 했다. 기름을 적당히 두른 팬에 볶다가 이것저것 양념들을 다 넣고 간이 배도록 볶아 주면, 볶으면서도 그 맛을 의심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반찬이 만들어졌다. 가게에 봄나물 종류가 많이 있었지만 익숙한 비름나물도 한 바구니 샀다. 데치고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무쳐 놓았다. 따뜻한 밥을 부르는 찬이 마련되었다.
아침을 대충 넘기는 아이들에게 내친김에 다른 주문도 받았다. 쉽게 할 수 있는 달걀말이와 된장찌개다. 소박한 입맛들... 별것 아니지만 이렇게 원하는 반찬을 만들어 주면 특별한 상차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식탁에 올려놓고 나니 오늘의 일을 다 끝낸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나만을 위한 일이 시작된다. 책도 읽고 필사도 하고 글도 쓴다. 출발이 괜찮은 날이다.
어쩔 수 없이 모든 끼니를 집에서 해결하다시피 하는 요즘이다. 인터넷에서 눈에 들어오는 음식을 검색하고, 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본 후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든다. 미션처럼 일을 하니 머리에 끼니 생각이 가득하고 먹거리가 글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늘도 변함없이 내게는 부담스러운 먹거리가 글에 등장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