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 2020
오전 10시, 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보았으려니 생각했다. 답장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었고 따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 5시간쯤 지나 답장이 왔다. 지금 보았다고, 요즘 휴대폰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서 늦게 봤다며 민망함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따라왔다. 딸은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영화 <소셜 딜레마>를 본 이후 휴대폰 사용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에서 쉬는 날은 휴대폰을 쥐고 있다가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경험은 중년이 깊어가는 내게도 흔한 일이다. 잠깐 보았을 뿐인데 어느새 서너 시간이 지나 있다. 문제가 있다고 느껴 휴대폰 사용을 점검해 보니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 같았다. 심각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어느새 휴대폰을 쥐고 있다. 정신을 차리면 하루의 절반이 날아간 후다.
페이스 북 스냅챗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이런 회사들은 사람들의 눈을 계속 잡아두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게 할까? 인생의 몇 퍼센트나 우리에게 바치게 할까?
중독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의도대로 휘둘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과 단호하게 결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엔 디지털 유목민인 노년층에게도 인터넷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휴대폰 사용을 가르치는 형편인데, 태어나는 순간 IT세상이었던 딸의 과감한 결단을 이끈 영화의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영화 <소셜 딜레마>는 중독과 가짜 뉴스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에 대하여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등 IT 기업에서 실제로 근무를 했던 사람들이 느낀 바와 위험성을 말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IT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한 가족이 소셜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지배받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교차된다. 중요하고 심각한 내용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어 되감기를 반복하며 공부하듯 영화를 시청했다.
IT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분야의 문제점에 대해 용기를 내어 경고한다. 자신들이 만든 세계를, 자신들의 창조물의 위험성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가 소셜 미디어의 세계를 지배하고 의미 있는 시스템의 변화를 이끈다고 자부하며 자신들이 이룬 세계가 선을 위한 힘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성과에 대해 의심을 넘어서서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윤리적 문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플랫폼이 사회와 사회구조를 침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만, 불협화음, 스캔들과 데이터 절도, 기술 중독, 가짜 뉴스와 분극화, 선거에서의 해킹의 문제까지. IT산업은 그 모든 사회적 문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으며, 이제 그 원인에 대해 심각하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인터넷 사용 중 내가 일부러 탐색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원하는, 필요한 정보가 나란히 뜨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알고리즘으로 이어진 인터넷 세상은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고 유혹하고 끌어당긴다고 말한다. 이를 영화에서는 '감시 자본주의'라고 칭한다.
IT 세상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광고주들의 성공을 위해 모든 사용자들을 무제한으로 추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거대 IT 기업들의 자본주의' 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감시 자본주의는 많은 이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정치, 문화에도 영향을 끼친다고도 말한다.
또한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모방 범죄와 중독, 소외의 문제도 일으킨다. 이미 정보화 사회의 환상은 깨지고 있고 허위 정보의 사회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코로나 백신 접종 관련하여 다양한 가짜 뉴스가 생산되고 있는 것도 IT 산업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와 무관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세대별 유튜브 이용률은 20대가 91.3퍼센트로 나타났고 60대 이상에서도 67.1퍼센트라고 조사됐다. 그들이 유튜브를 통해 가짜 뉴스를 본 비율도 20대가 39.7퍼센트, 60대 이상은 36.9퍼센트로 조사됐다.(2018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조사 결과)
미디어에 유혹된 한 개인의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행동과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 그것이 가짜든 그릇된 방향이든 미디어는 가리지 않는다. 어떤 변화든지 그들의 상품이 된다. 행동을 바꾸고 사고방식과 정체성을 바꾸어 광고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단 1퍼센트 바꿔주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가 하루에 몇 시간씩 빠져드는 세상은 아무건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 같지만, 미디어에 빠지는 순간, 그들의 전략은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공짜처럼 보이는 서비스가 인터넷에 많이 있는데 공짜가 아니에요.
광고주가 돈을 대는 거죠.
왜? 광고주가 돈을 댈까요.
우리에게 광고를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우리가 상품인 거예요.
우리의 관심이 광고주에게 상품으로 팔리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 시장의 무수한 상품들에 대해 윤리적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IT 세상에서는 누구도 덜 중독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 세상은 중독을 조장하며 중독된 세상에 빠져들도록 전략을 세운다고 말한다.
1960년대 이후 컴퓨터 연산 능력은 대략 1조 배 상승했다고 한다. 자동차는 두 배 빨라졌고, 다른 건 무시해도 될 정도로 변화가 미미하지만, 인간의 생리와 두뇌는 전혀 발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IT 세상이 마음먹고 인간을 조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그들은 경고한다.
영화의 가족은 IT 세상의 폐해를 자각한다. 그러나 태어나니 IT 세상이었던 디지털 원주민 세대에게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단 일주일도 힘들다. 전문가들이 만든 알고리즘 코드는 스스로 변화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변하면 그들은 그것에 적절히 대응한다. 인간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은 기업의 이익을 실현하고야 만다. 그걸 상대하는 인간들은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영화에서는 말한다.
인간들은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거예요. 우리가 보는 정보를 시스템이 통제하니까요. 그들의 통제력이 우리보다 더 큽니다.
기술은 인간의 약점도 알고 있다. 중독성, 급진화, 분극화, 분노와 허영 등 인간의 본능을 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들은 기술에 의해 조종당하는 것만 남았다고 영화에서는 경고한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인공지능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필패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인간의 행동은 늘 쉬운 선택을 한다. 사회 전체에 적용하면 수십억 명이 사람들이 편하고 쉬운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퍼지고, 소셜미디어는 가십과 풍문을 증폭시키며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든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광고주에게는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낚시성 게시물을 무의식적으로 클릭하는 것조차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 IT 세상의 목적이 되어야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기계는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간을 방해하는 앱을 제거하라고.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보내는 알람을 끄라고. 유튜브의 영상 추천을 절대로 받지 말라고. 항상 스스로 선택해서 보라고. 당장 시스템에서 탈출하라고. IT 세상을 일군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절대 전자기기를 주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