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이른바 MZ세대가 둘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MZ세대라고 나오는 통계, 조사, 그들의 사고에 관한 내용은 궁금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직접 물으면 간단하겠지만, 집에서의 대화는 엄숙하거나 진지하지는 않다. 단편적이고 본능적이다.
그래서인지, 깊이 있는 인식에 관한 조사를 표방하고 나오는 이러한 종류의 조사는 결과의 호불호에 관계없이 마치 우리 아이들을 분석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인다. 때문에 결과에 대한 분석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들이 힘들다면 들어주고 싶고, 얼마나 힘든지 묻고 위로하며 '그래서 그랬구나' 공감하고 싶어 진다.
평일이면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아침 방송을 시청한다. TBS의 <뉴스공장>이다. TV로 보다가 출근 시간이 되면 라디오로 청취한다. 지난 화요일, 방송 시작부터 MZ세대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이른바 '세계 MZ세대 2030 인식 조사'였다. 방송의 내용은 놀라웠고 결과에 대한 분석은 오래 생각하게 했던 것 같다.
지난주 KBS가 실시한 세대인식 집중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소위 MZ세대 그중에서 특히 청년 남성의 경우 출신 대학과 학력, 성별에 따른 차별을 공정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하고, 포괄적 차별 금지와 성평등 정책을 반대하면서, ‘기회가 되면 내 것을 나눠서 타인을 도울 것인가?’하는 질문에 다른 연령층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돕겠다고 답한 반면, 이 청년 남성 층만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돕지 않겠다는 비율이 가파르게 높아져서 최고 소득층은 나눌 생각이 거의 없다는 수치를 보여 줍니다.
역시 지난주에 있었던 딜로이트 그룹의 전 세계 MZ세대 서베이 결과에서도 우리 MZ세대는 세계 MZ세대와는 정반대로 부의 불평등 문제를 임금 격차를 긍정하고, 최저 임금을 부정하며, 시장에 이 문제 해결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이런 세계관을 공정이라고 우리 보수 언론이 벌써 4년째 주장하고 있는데 더 쎈놈이 이기는 게 당연한 사회. 그런 사회는 인간의 사회적 개입을 배제하면 저절로 도달하게 되는 거죠. 그런 세계를 ‘정글’이라고 합니다. (TBS 뉴스공장)
방송을 듣고 난 후 관련 조사의 내용을 검색했다.
딜로이트 글로벌의 2021 밀레니얼과 Z세대 보고서는, 2021년 2월 8일부터 18일까지의 조사 기간 동안 한국을 포함한 전세게 45개국 2만 2928명의 밀레니얼 세대(1983년~1994년 출생자)와 Z세대(1995~2003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작성(2021.6.22. 경제 인사이드)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MZ세대는 부의 불평등을 심각한 사회 이슈로 인식한다고 했다. 글로벌 밀레니얼 세대의 69퍼센트, Z세대 표본집단의 66퍼센트가 사회 전반에서 부와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비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인 73퍼센트(밀레니얼 세대), 76퍼센트(Z세대)가 강하게 동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침 방송에서 들었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분석도 있었다. 조사를 진행한 정현석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부사장은 "MZ세대는 개인의 성공과 실패 여부에는 개인의 학벌, 부의 세습, 젠더 등 선천적인 요소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성과주의 기반의 기업 운영으로는 MZ세대와의 공생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수평적 조직문화와 공정한 평가로 성과를 분배하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 운영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방송에서는 비슷한 기간 KBS에서 조사한 세대 인식 조사 결과를 비교했다. 50대와 20-34세 남녀 각 600명을 대상으로 세대별 상호 인식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기 위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청년남성' 집단은 50대 성인 집단과 큰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그들은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50대 남성(14.5퍼센트)과 여성(17.2퍼센트)에 비해 MZ세대 남성은 43.1퍼센트가, 여성은 27.5퍼센트로 큰 차이를 보였다. 명문대와 비명문대 임금 격차에서도 다른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에서도 MZ세대 남성은 52.7퍼센트가 공정하다고 답해 MZ 세대 여성의 17.8퍼센트와 크게 차이가 있었다.
즉 학력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학습능력을 업무수행능력으로 평가한 것이고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공정이라고 답한 것이다. 환경 문제에 관한 것에서도 환경보다 개발이 중요하다고 MZ세대 남성의 43.8퍼센트가 답했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인식에서도 이들의 채용을 거부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MZ세대 남성의 47.3퍼센트가 답했다.
내가 받은 충격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글로벌 조사와 KBS의 세대 인식 조사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기사의 내용에 대해 알아가던 차에 딸과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딸은 그들의 시각이 합리적 이기심마저도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어도, 장기적 관점으로 생각해서 결국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는데, 지금의 세대는 그것마저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동연구자 김석호 교수는 "우리가 지금 누리고 살아가는 많은 가치들은 대부분 사회 공동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며, 사회가 지속 가능하려면 이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런 속에서 청년들 자신이 이 사회에 가치를 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인생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합리해 보이는 그들의 생각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정직이나 신뢰 등의 가치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남을 쉽게 도와주지 못하는 것도, 타인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도 성장의 과정에서 자신의 양심이나 타인에 대한 신뢰 등의 가치를 쌓을 토대 마련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다.
이야기 말미에 딸은 최근에서야 사회와 타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조금 생긴다고 했다. 취준생으로 공부만 하는 딸이 어떤 혜택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하나 싶었는데, 현재 인류 발전의 혜택이 내게 돌아오는 것은 요소요소에서 개인들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그 혜택으로 현재의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KBS 세대 인식 조사의 연구진은 여론 조사의 결과나 단편적인 분석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세대론은 특정 연령대를 한 그룹으로 묶는다.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이 무시될 소지가 있다. 세대론으로 접근한 여론조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른 연령대와 달리, 청년들은 계층별 인식에 차이가 크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떠어떠하다'라고 한 묶음으로 말하기엔 편차가 심하다(국내 사회조사 권위자들로 구성된 KBS 세대인식 집중 조사 공동연구진)"고 했다.
세대 인식 조사를 보도한 기사의 댓글 중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어쩌면 사회 이슈에 대해 50대 여성과 가장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층이 청년 남성일 수도 있겠네요. 어렵긴 하지만 그래서 더 공부하고 진지하게 들어보려 노력을 해야겠어요(안젤리나 졸려)." 50대 여성인 내가 MZ세대인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어떤 생각이든 다름을 틀림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떤 집단의 전형성으로 못박는 것도 위험하다. 비합리적이어 보여도 결국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문제라면 댓글처럼 공부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