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행사까지 거부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학교 행사에서 소외된 학생들... 어떻게 해야 할까요?

by 바람
사본 -desperate-g131aa6897_1920.jpg


학교 전체가 모이는 체육대회나 운동회도 코로나 기간 동안은 전무했다. 지난 5월 체육대회를 대신해서 학년별로 운동 종목을 한 가지 선택해서 경품을 걸고 학급 대항전을 치렀다. 아이들에게 답답한 교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고, 학교생활의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였다.


2학년 종목은 단체줄넘기였다. 아이들의 면면을 보고 당연히 잘할 거라고 예상했던 학급은 의외로 1차전에서 탈락했고, 얌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급의 학생들이 결승전에 무난하게 올라갔다고 해서 의아했던 것 같다.


경쟁 학급의 아이들의 말로는 무서운 아이들이라고 하며 못하는 것이 없는 반이라고 했다. 그 아이들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그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운동도 열정 넘치게 하는가 싶어 기특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학급에도 너무도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이유로 학급의 행사에 무심한 학생이 있었다. "저는 선수도 아닌데 함께 나가야 하나요? 졸린데..." 학급이 경기를 치르는 날, 졸린데 꼭 나가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지 그 학생은 물었다.


단체 활동에서 개인의 사정을 얘기하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타일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수업 자체에도 관심 없는 학생이었지만, 운동을 싫어해도 학급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에, 그것도 결승에 올라 아이들 모두가 붕 떠 있는 교실에서 나 홀로 졸려서 나가기 싫다고 하는 것은 학급에 소속감을 전혀 못 느낀다는 의미였고 친구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별 대항전에서 학생 몇은 선수로, 나머지 학생들은 응원을 하거나 친구들을 위한 나름의 역할을 찾는다. 그도 아니면 아이들끼리 어울려 공 하나를 가지고 놀거나 얘기를 나누거나 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하지 않는 학생이 있었고, 행사 내내 학급 주변을 그림자처럼 겉돌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조용히 사라졌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학생은 학급에서 자신이 소외되는 것보다 자신이 먼저 학급을 소외시키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수업에서의 소외는 모든 교사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모둠학습이나 협력학습 등을 실시하기도 하고 그렇게도 안 되는 학생은 교사가 개별지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행사에서의 소외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게리 욘테프는 <알아차림, 대화 그리고 과정>에서 지나친 자기 몰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킨다고 했다. 또 자신이 누구인지, 실제로 무엇을 경험하는지보다는 '자기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진짜 자기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커질수록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여러 가지 자기애적 병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있다고 경고한다.


체험학습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체험학습 공지가 나가고 2주간 2학년을 총괄하는 담당 교사는 학부모들의 민원과 학생들의 반발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렇게 큰 집단적 반발은 이전의 사례에 비추어봐도 의외였다고 했다. 코로나로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는 물론 당일 체험학습도 전무했던 터라 오히려 반길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큰 착각이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귀찮다고 하며 체험학습을 가지 않겠다는 학생들이 반마다 제법 많았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가게 되니 좋지 않냐는 질문에도 그건 그렇지만 버스를 대절하면 몰라도 가고 오는 길을 대중교통으로 알아서 가는 것은 싫다고 했다. 말하자면 편하게 가고 오고 했으면 한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2학년이 가기로 되어 있던 곳은 서울랜드였다. 김포에서 출발하면 가고 오는 길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그 길이 힘들고 피곤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친구들끼리의 즐거움도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학기 초 학사일정에는 2학년은 2박 3일의 수학여행으로 계획된 것이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볼 때 아직은 무리라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었다. 학생들 중에서는 차라리 수학여행이라면 기꺼이 갈 마음도 있지만, 당일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가는 것은 피곤하고 싫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체험학습 당일, 학교 밖에서 만난 아이들은 활기가 넘쳤다. 각자 가장 멋진 복장으로 속속 도착했고 교사의 지시에 따라 단체사진도 무리 없이 찍었다. 체험학습에 목소리 크게 불만을 토로했던 학생들 몇몇도 미리 도착해 있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불만은 있지만 놀 땐 놀아야죠.', 불만을 토로했던 학생은 오히려 당당히 말했다.


문제는 아무 의사표현 없이 남은 학생들이었다. 결과적으로 한 학년 10 학급에 두 학급 정도의 학생들이 체험학습에 불참했다. 그 학생들은 학교 도서실에서 7교시까지 각자 공부하고 귀가했다고 했다. 모두 얌전하고 조용한 학생들이었다고 당일 지도교사는 말했다. 장소를 바꿀 정도로 불만과 민원을 제기했던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체험학습에 참여했고, 조용히 불참한 학생들의 숫자가 그 정도였던 것이다.


체험학습에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가진 특수학급의 학생들도 참여했다. 평소 교실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이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것도 불편해했지만 체험학습에는 참여한 것이다. 도우미 학생과 함께 입장했고 조용히 놀이기구를 즐겼으며 어떤 문제도 없이 그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두 행사를 통해 표 나지 않게 자기 내면으로 빠져드는 학생의 숫자가 의외로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과 5년 전이나 3년 전과 비교해도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사 표현도 없이 스스로를 조용히 소외시키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때마침 최근 주변 학교의 사안(자살, 자해)에 대해 듣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한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꿈이 없다고 했다. 또 미래에 대해 어떤 희망도 없다고 느끼며,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한다고 했다. 적잖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꿈을 꿀 수도, 꿈을 꿀 필요도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고 했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1,000명가량의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또한 자살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로 집계된 지 10년 만에 청소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11.1명으로 두 자릿수가 됐다고 한다.(2022.5.25. 한국일보)


정신건강 상태도 전년보다 악화됐다고 한다. 지난해 중·고등학생 중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은 38.8%로, 전년도(34.2%)보다 4.6% 포인트 증가했고, 중·고등학생 중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도 26.8%로, 전년도(25.2%)와 비교했을 때 1.6% 포인트 늘었으며,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은 모두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2022.5.25. 한국일보)


대인관계에서의 소외는 자신과 교류하는 집단으로부터 느끼는 소외이며 '외로움'의 다른 표현이다. 소외된 아이들은 관계에 갈망하게 되고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고 한다. 그 출구가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아니었을까? 밤새 소통의 창구를 향해 손을 뻗다 보면 정작 학교에서의 소외에는 의연한 척 잠에 취하거나 스스로를 고립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 3년차... 지금 학교의 경쟁 상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