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영화, 그리고 영화동

군산 큐레이션

by 서용원

영화동을 언제부터 영화동이라 불렀는지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왜 영화동이라 부르는지 이유는 확실하죠. 그건 바로, 오랫동안 숱한 영화의 배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농담입니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 줬으면 좋겠네요. 영화동(永和洞)을 비롯한 구도심 일대는 '영화(映畫)'를 중심으로 하나 될 수 있었다는 것. 즉, 오랜 시간 손뼉 부딪히며 함께 소리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영화였다는 사실 말입니다.

editor 서용원 photo 서용원, 남정우


지역의 매력은 영화 촬영지 개수로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많고 많은 장소 중에 영화감독의 선택을 받은 지역이니까요. 자신의 영화에 관해 허투루 결정을 내리지 않는 그들에게 배경이 되는 지역은 특히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군산 구도심은 90년대의 대표작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작년 개봉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까지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는데요. 특히 앞선 두 영화는 배경의 절반이 넘는 장소를 군산에서 촬영했을 정도로 군산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군산 수집' 그 첫 번째 주제로 영화 촬영지를 선정했는데요. 영화동 일대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 촬영지를 중심으로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에디터가 직접 다니며 선정한 4개의 영화, 그리고 8곳의 촬영지.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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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1 명궁 칼국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부터 채우고 가시죠. 이곳은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칼국숫집이라고 소문난 가게입니다. 사실인지 알 수는 없으나, 주민 증언에 따르면 40여 년 동안 장사를 해오셨다고 하는데요. 현재 원주인분은 은퇴하시고 오랫동안 식자재를 납품하던 지인이 가업을 물려받아 가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중 두 주인공이 군산에서 방문한 첫 번째 장소기도 하죠. 지나간 세월을 보여주듯 범상치 않은 외관인데요. '열리기는 할까?' 생각이 드는 문을 힘차게 열면 극 중 문소리와 박해일이 점심을 먹었던 식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게는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합니다. 삐걱거리는 미닫이문과 색 바랜 벽지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메뉴는 칼국수와 콩국수 두 가지예요. 영화처럼 갖은 반찬과 함께 나오는 백반은 없지만, 그 어느 것보다 푸짐하고 따뜻한 칼국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다진 양념과 계란을 풀어 얼큰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과 함께 쫄깃한 면을 먹다 보면 어느샌가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혀 있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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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2 영화 건강원

점심부터 너무 많이 먹었다고요? 괜찮아요. 이제부터 걷기 시작할 거니까요. 가게를 나와 오른쪽으로 향할게요. 영화 건강원이 보일 거예요. 우직하게 옆에 서 있는 버드나무와 그 아래 놓인 평상이 한적한 골목과 어울리는 장소입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장률 감독도 그 분위기에 매료되었는지 영화에 집어넣었는데요. 문소리 배우가 골목을 걸어가는 연출을 통해 한참 동안 배경으로 등장했습니다. 고즈넉한 골목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5월 말에 방문하면 건강원 외벽을 타고 자라는 붉은 장미를 볼 수 있어, 색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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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3 초원 사진관

군산 하면 떠오르는 곳이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요 무대가 되었던 초원 사진관입니다. 건강원을 지나 한 블록 더 가서 왼쪽으로 직진하면 닿을 수 있는데요. 유명한 곳인 만큼 근처부터 사진을 찍는 관광객으로 북적여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가면 사진관 대신 영화 세트장이 구현돼 있습니다. 영화를 따라 극 중 한석규와 심은하가 되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도 재미있을 거예요. 벽에 걸린 수많은 영화 갈무리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초원 사진관 방문 전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꼭 관람하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오면, 한석규 배우가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와 심은하 배우가 타던 주차 질서 자동차도 놓치지 말고 둘러보세요. 이쯤에서 초원 사진관 TMI 하나! 이곳은 원래 사진관이 아니었어요. 땅 주인의 허가를 받고 지어진 세트였는데요. 약속대로 촬영을 마치고 허물었던 곳을 군산시에서 복원했다고 합니다. 90년대에 개봉한 영화가 현재까지 남아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영화동답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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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4 신흥동 일본식 가옥

다음으로 향할 장소 역시 굉장히 유명한 곳입니다. 일명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 일본식 가옥인데요. 일제 강점기 때 상업으로 부를 모았던 히로쓰가 지은 집이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딴 명칭이라고 하네요. 초원 사진관을 뒤로하고 직진 한 번으로 갈 수 있는데, 중간 작은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한다면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습니다. 히로쓰 가옥은 보존이 잘 돼 있고, 정원 역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습니다. 영화 <타짜>에서 백윤식과 조승우가 함께 생활한 바로 그곳인데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는 연주회가 펼쳐지기도 했었죠. 한국 군산에 있는 일본식 가옥에서 서양 악기 연주를 하니 그 낯선 이질감에서 오는 묘한 매력이 색달랐습니다. 현재 내부는 보존을 위해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유리창을 통해 다다미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붕 구조와 가옥을 둘러싸고 있는 붉은 벽돌담에서도 일본을 느낄 수 있으니, 구영길 속 작은 일본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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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5 여미랑

히로쓰 가옥을 시작으로 군산의 일본식 건물을 연이어 보게 될 예정인데요. 그다음으로 찾아갈 곳은 여미랑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가옥을 나와 앞으로 쭉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데요. 숙박을 하지 않아도 예쁘게 꾸며진 정원을 둘러볼 수 있어 지나가는 길에 들르기 좋은 장소입니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문소리와 박해일 배우가 산책을 즐겼던 곳이기도 한데요.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하룻밤 묵으면서 만든 추억도 잊지 말자는 이름의 의미(여미랑悆㩢廊)를 되새기며 값진 밤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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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6 동국사

여미랑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동국사로 향하는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동국사 역시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일본식 사찰인데요. 현재 우리나라에 남겨진 유일한 일본식 사찰입니다. 입구에서부터 한국식 사찰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보이지 않나요? 붉은색과 녹색을 주로 사용하는 한국의 절과는 다르게 동국사는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해 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복도 사진이 마치 일본 영화의 한 장면 같죠? 동국사는 대웅전과 요사채가 실내 복도로 이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어 실내에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박해일 배우가 걸었던 곳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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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7 월명공원

자, 이제 건물은 볼 만큼 본 것 같아요. 이제 군산의 자연을 느끼러 떠나볼까요? 동국사에서 나오는 길, 스마일 분식 옆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월명동 주민들의 휴식 공간 월명공원에 도착합니다. 해발 100m 남짓의 작은 언덕들로 이루어진 월명공원은 숲속을 걸을 수 있는 둘레길과 월명호수, 그리고 금강과 서해까지 조망할 수 있는 숨은 명소입니다. 특히 해 질 녘 서해가 보이는 해망 마을에 가면 노을 진 하늘과 금빛 반짝이는 바다 경관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가 방문한 날은 구름이 많이 낀 날씨였는데도 분홍빛으로 변한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요. 연인끼리 왔다면 해병대 전적비 아래에 있는 하트 모양 의자에 앉아 낭만적인 오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자 주변에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 등장한 작은 공원도 자리하고 있어 황정민과 한혜진 배우처럼 사랑을 속삭여 보아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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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8 국제반점

온 종일 걸은 당신, 먹어라! 군산에 왔으면 짬뽕은 먹고 가야겠죠? 기왕이면 영화에 나왔던 곳이면 좋겠습니다. 공원 건너편 흥천사 앞길로 내려와 다시 구영길로 내려오면 영화 <타짜>의 배경, 국제반점이 있습니다. 주유소를 지날 때쯤 왼쪽을 바라보면 빨간 간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타짜>를 보셨다면 유해진 배우의 신들린 즉흥 연기 덕분에 잊을 수 없는 곳일 텐데요. 문 연 지 40여 년이 훌쩍 넘은 구영길의 터줏대감이십니다. 오래된 건물 탓에 내부 공사를 거쳐 영화와 같은 모습은 잃어버렸지만, 세월을 견딘 창문 덕분에 옛 모습을 추억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일식 건물 골격은 유지하면서, 더욱 깔끔한 내부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표 메뉴는 군산답게 짬뽕과 물짜장 등이 있어요. 물짜장은 투명한 소스의 짜장면인데, 울면과 맛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향 가득한 고기덮밥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영화 속 유해진은 짬뽕을 주문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니 영화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휩쓸릴 필요 없이 끌리는 음식을 시키면 되겠습니다. 단, 영화처럼 바지에 흘리지는 말아야겠죠? 하하.


국제반점을 끝으로 8곳의 군산을 수집해보았습니다. 영화 촬영지를 돌아다녔던 만큼 해당 영화를 먼저 시청한 뒤 촬영지를 찾아다니며 여행한다면 더욱 재미있고 알찬 코스가 될 겁니다. 다음은 또 어떤 군산을 수집해서 돌아올까요? 에디터의 군산 수집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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