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ㅋㅋㅋ ..ㅋㅋㅋ
나는 이제 말을 시작하려고 할 뿐이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는 부사어가 나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말을 하려는데 벌써 김샘은 웃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어쩌지 이 분위기를 계속 살려... 말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결코 누구를 웃기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야기였다. 남편이 해외출장 갔다가 캐리어를 잃어버렸는데 알고 보니 항공사 실수로 다른 비행기에 실렸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한마디 덧붙였을 뿐이었다.
-부럽네. 캐리어가.....-
하고 천천히
-그러니까.....
했는데 그 순간 빵 터진 김샘의 웃음은 그치지를 못했다. 그러면 네 명의 선생님이 있는 학년실의 분위기는 순간 좀 싸아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스멀스멀 편안한 분위기가 생겨났다.
사 년의 육아 휴직을 마치고 마흔 여덟의 나이로 복직을 한 나는 여러모로 기가 죽어 있었다.
나이는 많지, 긴 휴직으로 나이스 사용도 잘 못하지, 학교 분위기도 너무 많이 달라져서 적응도 힘들지, 거기다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를 달고 있으니 말은 못해도 항상 뭔가 실수를 할까 초조하고 불안했다. 갱년기 다가오는 나이에 어린 딸 육아로 몸은 힘들고 정신은 피폐해가고 있었다.
그런 나를 지탱해주고 그 뒤로도 칠 년의 세월을 버티고 퇴직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그 교무실에서 새로이 발견한 나의 유머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학년 실엔 네 명이 있었다.
좀 근엄한 이 부장님. 그리고 좀 까칠하지만 내 말에 잘 웃어주는 김부장. 아직은 젊어서 두 부장님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이 샘. 그리고 많이 허술한 나. 이 중 앞 서 말한 김부장은 나보다 한 댓 살 어렸는데 내가 말만 하면 웃었다. 심지어 말하려고 하면 웃었다. 이 부장님은 생긴 것도 성격도 완벽에 가까운 분이었는데 내 말을 실 없는 소리처럼 생각하며 나이든 선생이 왜 저러지 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내가 말을 하면 한 쪽은 웃고 한 쪽은 싸아해지면 우리의 깜찍한 이 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고는 했다. 이 작고 어색하고 화기애매했던 사무실에서 나는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사람 사이에는 웃음코드가 통하는 사람이 있다. 내 이야기가 특별히 재미 있었다기보다 김부장과 나는 웃음코드가 통했던 것이다. 항상 근엄했던 이부장이 어느날 박장 대소를 했다. 나는 그다지 웃기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아 저거 이부장님의 웃음코드구나 그래서 나는 거기에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그렇게 잘 맞아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노력의 댓가가 있어서인지 가끔은 이부장님도 파안대소하기는 했다. 다섯 번에 두 번 정도.....
성격이나 취향이 달라도 유머코드가 비슷한 사람이 있다. 그런가하면 성향이 비슷한대도 유머코드는 차이가 나는 경우고 있다. 유머에 관심이 있다면 사람들의 유모코드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유머코드가 비슷한 사람들이 같이 있으면 시너지 현상이 일어나 유머가 더 활성화된다. 유머코드가 다르면 좀 어려워지지만 노력을 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