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향(북한)을 떠나온지도 벌써 만 10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기쁜 일 힘든 일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몇년만 더 있으면 고향에서 산 날보다 이곳에서 산 날이 그리고 살아갈 날이 훨씬 많네요. 시간을 잠시 멈추고 싶네요 멈출수만 있다면...
고향을 떠나오기전까지는 몰랐어요. 고향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어쩌면 가볼 수 없어 향수병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고향은 참 많은 추억을 간직한 곳이더라고요. 친구와의 추억, 가족과의 추억, 고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와 정취 그리고 음식까지 저의 유년시절의 추억은 모두 고향에 있더라고요. 그러니 제가 고향이 그립고 가보고싶은 것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더라고요. 저와 같은 새터민들은 이 곳에서 가질 수 없는 또 한가지가 있는데요, 그건 바로 학창시절을 함께 한 친구가 없는거에요. 아주 어렸을적에 이곳에 온 새터민을 제외하고요. 그렇다보니 정착하는 과정에서 우울증도 겪고 대인기피증까지 겪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 또한 그 과정을 모두 겪었고요. 실제로 살려고 사선을 넘어왔지만, 정착과정에서 힘들어서 자살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요. 그와 반대로 아주 잘 정착해서 잘 사시는 분들도 많고요. 어떤 일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과 부정적인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인생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은 스스로 이겨내야만 해요. 저와같은 새터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해요. 요즘 들어 북한관련 내용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대사나 내용들을 보면서 저런 말, 내용도 있었나? 하며 생소해하는 제 자신을 보며 고향을 떠나온 시간을 실감해요. 분명 어렸을 적 사용했던 말이고 문화인데 어느덧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년시절 고향에서의 제 기억도 함께 잊혀져가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들었어요.
가끔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고향에 있을때보다 이곳에서 사는 게 더 좋지 않냐고요. 그럴때마다 저는 늘 이렇게 대답해요. 좋은것도 있고 안좋은 것도 있다고요. 그 이유는 크게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에서 오는 경제적 차이가 있어요. 여기서는 제가 노력한만큼 얻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고향이 그립고 가족, 친구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이 제가 감내해야하는 문제죠. 그래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마냥 행복하다고만은 할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추억할 수 있는 고향과 그리워할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며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해요.
고향이란 그런 것 같아요. 존재만으로도 쉼터가 되고 내가 잊고 지냈던 기억도 고향에 가면 그 기억을 되돌려주는 추억의 장소. 그래서 복잡하고 마음이 힘들 때 고향을 찾으면 고향의 정취와 추억 가득한 음식으로 힘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고향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아요. 학창시절 소중했던 친구들과의 추억, 때로는 서로 오해하고 미워했지만 그래도 늘 함께였던 가족과 친척들과의 추억은 이젠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저의 마음속에 남았어요. 언젠가는 저의 마음의 안식처 꼭 한 번 가보고싶네요.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준다면 참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