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이려 할수록 비굴해진다
기업 대표들 모임에 초청을 받아 갔다. 나를 초대한 사람은 그 모임의 회장이었고 자주 보진 않아도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던 분이었다. 그 분은 돈도 많고 주변인들에게 물질적으로 잘 챙겨주기로 유명한데 그 날도 그 분이 풀코스로 쏘는 자리였다.
그 회장은 워낙 말이 길고 많아서 모두 라디오 듣듯이 경청하는 분위기였고 몇시간을 사람들과 같이 있었지만 그 분 말을 듣느라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할 기회가 없었다. 대화는 거의 그 분과 나만 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그러다 다 같이 건배를 하는 타임에 술잔을 들고도 한참을 자기 말만 해대길래 나는 술은 언제 마시냐고, 다들 팔 아파한다고 쫑크를 주자 다들 놀란 표정을 보이며 갑분싸가 됐고 그 회장도 당황스러움을 숨기려듯 서둘러 마무리를 지었다.
워낙 돈도 많고 옆에 두면 득보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다들 나이가 그닥 많지도 않은 그 회장에게 (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더러 있었다) 예의를 넘어서 티가 나게 굽신거리고 잘 보이려하는 게 눈에 보이니 씁쓸함도 느껴졌다. 사람이란 대부분 나에게 많은 혜택과 지원을 줄만한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돈이 권력인 셈이다. 받는 것은 고사하고 자칫하다 불이익이 올까봐 자신있게 못내지르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다면, 맨 먼저 그 어떤 대상도 동등한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제 아무리 잘 난 상사라도 퇴사하면 이웃사람보다 못한 존재로 돼버리고 세계적인 스타라도 내가 모르거나 싫어하거나 인정안해주면 그저 낯선 사람 급이 되는 것이다. 그 누가 오더라도 꿀리지 않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존감이다.
A: 내가 누군줄 알아?
B: 알 바 없고. 뭐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