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같은 사람
누가 들어도 솔깃할 법한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재야의 고수는 나대지 않는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빈 껍데기같은 세속적인 삶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된데다 내면에 충실한 삶이 나를 더 기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의 나는 언행이 특이해서 본의 아니게 튀는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튀려고 애쓴 적은 없었다. 오히려 다들 나를 주목할 때 홀연히 사라졌다. 멘토링 활동도,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전국 2위 멘토 자리를 찍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을 때 갑자기 그만 두었다. 취미도 회사도 SNS도 마찬가지였다. 자리가 좀 잡혔다 싶으면 훌쩍 떠나버리고 유유히 방랑하는 게 내 취향인지도 모른다. 요즘엔 나의 이런 성격이 내가 나를 잘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진다.
지금 이 시대는 마음만 먹으면 연예인보다 더 쉽게 유명해질 수 있다. 유명해지면 돈도 잘 벌고 어깨도 올라가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눈과 귀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사기꾼들도 다가오고 유혹의 손길도 많아진다. 높으신 양반들의 요구도 들어올 수도 있다. 그들은 권력을 이용해 괴소문을 만들어 쉽게 담궈 버리기도 하기에 거절도 어렵다. 그릇이 아주 큰 사람이 아니라면 유명세를 타면서 자아를 지켜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모난 돌은 정을 맞고 튀는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의 타겟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그릇을 모르고 명예욕만 앞서서 섣불리 달려 나가다가는 크게 환장할 일이 생긴다.
상을 타거나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면 내가 최고라 여겨지며 내 가치도 올라가는 것 같다. 그 기분은 짜릿하고 중독적이어서 더 크고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눈에 맞춰 행동하기도 하며 그게 족쇄가 되어버린다. 명예는 건강, 부, 사랑의 가치 선상에 오를 만큼 사람들이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사실 명예만큼 쓸모없는 것도 없다. 누가 나에게 상을 주거나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이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이유없이 나를 헐뜯고 폄훼하여도 내 가치는 나만이 안다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다. 세상 모든 일은 내가 아무렇지 않으면 고통이 제로가 된다. 하지만 그것도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지닐 수 있는 마음이기가 어렵다.
아무리 잘 쌓아온 인생이라도 사소한 일 하나로 나락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도전, 자신감도 좋지만 웬만하면 자기 그릇을 알고 멀리까지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이 낫다. 멋진 신세계, 동물농장, 1984의 내용과 똑같이 흘러가는 이 말법 시대에는 별 일 없이 사는 것 하나만으로도 크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복막장어무화. 무탈한 것이 가장 큰 복인 요즘. 나는 고요히,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보이지않는 공기같은 사람처럼 살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