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트루먼

감정 바나나 이야기

by 작가 자유리



매일 뛰어야 했어. 이상할 정도로 아침이 오면, 그렇게 크게 울리던 알람소리조차 내게 유독 작게만 들렸지. 정신없이 시작되는 하루의 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고작 머리 몇번 정신없이 만지고, 얼굴을 씻는 둥 마는둥 손에 잡힌채 입고 나가 달려나가던 아파트 복도 끝에 오늘 꼭 버려야지 마음먹으면서 미루기만 한 쓰레기 봉투 하나가 이상할 만큼 유독 아프게 느껴졌지. 아슬아슬한 출근길 마을버스에서 난 '이 차가 멈추면 나는 망한다.'라고 속으로만 외치는 내가 어찌나 한심해보이던지.



지나가는 버스의 끝에는 입구부터 쌓여진 인파 자체만으로 내가 앞으로 가야할 머나먼 거리의 끝을 가늠하게 해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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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제는 그냥 잘걸.
왜이렇게 저녁에 보던 넷플릭스의 의미없는 영화조차
그렇게 달콤하게 느껴진걸까?'



너는 항상 후회를 반복하는 하지만 칼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야만했잖아.



아침 출근길에 서늘한 인사를 마치고 내 자리에 돌아와서 앉을때, 참 묘하게 편한 기분이 들곤 했지. 여유있게 커피한잔 할 여유는 허락되지는 않았지만, 쌓여있는 오늘의 업무파일을 보면서 묵묵하게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네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생각할 여를따위는 없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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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오늘까지 이야기 했던 업무 보고 준비됐지?"

"아. 그거 전에 과장님께 말씀드렸는데, 내일 모레 기한으로 변경해도 된다고."

"누가? 손과장이 그런 소리를 했어? 뭔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이게 한두번이야? 이번 기획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분명 손과장님이 전해주신다해서요.."

"그럼 나한테 확인했어야지? 너 요즘 왜 그러는데? 무슨 생각하면서 살길래 이런 걸 놓치고 있는거야?

회사가 장난인줄 알어? 똥오줌 구분 못하니? 회사 그만두고 싶어서 그래?"

"아니요.. 정말 죄송합니다."

"됐고, 오늘 안에 무조건 마감해서 가지고 와. 오늘 퇴근할 생각 말어."

"네.. "



하지만 너는 그랬지. 어렸을적부터 꿈꿔왔던 너의 삶은 지금의 내가 그린 일상과 너무 다르다고 말이야. 만화가를 꿈꾸던 너의 소년은 무럭무럭 자라나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이상할 정도로 너는 쉬는날만을 기다리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지.

하지만 주말을 손꼽아 기다려 간 그곳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행렬 한가운데의 너를 마주하고 있었잖아. 모두가 쉬는 그곳에 휴식은 없었고 언제나 한가득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만 있었지.

금쪽같은 휴일이 끝나고, 반복된 일요일 저녁이 유독 슬프게 느꼈던 것은 아마도 쳇바퀴 돌아가는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실현할 수 없는 막연한 기대를 무너트려졌기 때문이라고 너는 내게 말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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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용기낼 수 없었지. 지금의 내 인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흘러들어온것인지 돌아보기에 너무 치밀하게 정리된 사회의 서열과 숨막힐 듯 조여오는 타인의 기대는 나를 기계처럼 움직이게 했어. 그게 너무 싫었지만, 너는 어쩔 수 없다고 수도없이 되내이면서 고민하고 고민하다 우리를 찾아왔었잖아.





너 기억해? 수업에 들어와서 처음 본 너의 얼굴은 긴장한 얼굴이 역력했어. 회사라는 곳에서 벗어나 처음 자리한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묘한공간에 오는 너는 마치 평소 다니지 않은 낯선길을 처음 걸어가는 사람처럼 불편한 얼굴을 애써 가리느라 노력하고 있었지.




나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예뻣어. 나를 찾아보겠다고 용기내어 걸어와준 너의 발걸음은 출근길 마을버스 한자리에 차지한 1평도 안된 너의 공간을 지키던 발자국과는 사뭇다른 느낌이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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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에 이야기 한 트루먼쇼라는 영화, 그거 기억하니?'



그 영화 네게 참 중요한 영화라고 했잖아.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진짜 좋은 영화였다고 말이지.

늘 밝게만 웃던 트루먼에게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도촬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수십년간 깨닫지 못했지. 자신의 삶이 치명적으로 반복되고 있었고, 누군가의 바람대로만 살아오고 있는 모습이 너는 마치 자기와 꼭 닮았다고 이야기했어.



그렇게 쓴 웃음 짓던 너의 모습이 나는 잊어지지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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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이 끝나도 나는 트루먼처럼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을 까? 불안한 마음으로 말을 하면서도 유독스럽게 무언갈 기대하는 너의 눈빛에서 나는 작은 희망을 바라볼 수 있었어.

만화를 그리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그저 바라볼 수 있었어.



트루먼은 끝끝내 자신의 배를 타고, 인공의 벽을 향해 나아갔지. 세상의 끝이 없을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차가운 콘크리트벽을 마주쳤을때, 그는 울었고, 절규했으며, 벽을 향해 소리치던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영혼의 울림이 느껴졌지.




그때 너는 그 작은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너를 마주했다고 이야기했어. 내 안의 작은 나를 깨버리고 싶다고, 그렇게 진짜 나를 찾고 싶다고 팀원들에게 이야기하는 너의 모습이 나는 그렇게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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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틀을 깨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것 같다고도 이야기했지.

영화는 영화일뿐이라고, 현실속의 나는 해가야 할것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불안해보이는 너의 모습속에 나는 작은 용기를 주고 싶었어.



이 모든 것을 깨부쉬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리고 너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었지.

우리는 그저 나를 바라보고 관찰하고 싶었을 뿐이었잖아.

내가 가진 과거의 기억들, 미래의 기대들을 지금 이 곳으로 온전히 느끼게 하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말이지. 그렇게 너가 애써 지우려고 노력한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 너를 살아가는데 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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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날을 기억해?

트루먼처럼 멋지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너를 찾아보던 첫날의 강력한 순간을.

너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난 여전히 이 곳에서 가끔 그날의 너를 그리며 서 있어.

하지만 친구, 이건 꼭 잊지 않았으면 해.

가끔은 내가 진짜 트루먼인지 아닌지는 돌아보며 살길바래.



무한히 반복되는 차가운 시계추가 너의 삶의 의미는 절대 아니라고.

가끔은 스스로에게 되내이면서 살았으면 해.

영화 속 트루먼을 지켜주던 여자친구 실비아의 존재처럼,

우리도 때로는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주는 진짜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

그게 내 삶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가슴깊이 담겨진 너의 진심을 기억하길 바랄게.





10월의 어느날 우리 처음 만난 그날의 강력한 빛남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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