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리의 일기
#마음의 곳간
간만에 글을 씁니다.
사실은 매일 아침 글을 적지만
공유하는 글은 참 오랜만에 적는 것 같아요.
글이라는 것은 참 이상해요.
저는 제 글이 마음의 창고같은 곳에서 나오거든요.
그래서 창고에 곶간이 가득차면 찰 수록,
글이 잘 적혀요.
당연히
마음안의 곶간이 마르면,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멈추려고 해요.
봄이가면 여름, 가을이 오듯이,
제게도 글쓰기의 계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마음의 곶간이 차는지는 어떻게 아냐구요?
그건 글을 적어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스스로 글을 쥐어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고 비슷한 패턴의 글들이
나온다고 여겨지면
글을 내려놓습니다.
이제 조금 곳간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느린 삶
요즘 제 삶이 점점 더 느려지는 것을
느낍니다.
한때에는 하루에 2-3가지를
처리하는 삶이
당연시되었어요.
이제는 1가지라도 처리하고나면
몸이 녹초가 될 만큼 지쳐버립니다.
제 삶은 정말 많이 단순해지고
느려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거죠.
(엊그제는
저녁 약속을 취소했어요.
일을 두가지 한다는 것에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느려진다는 게 안 좋은점도 많지만,
삶이 느려지니 이제야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져요.
매일 지나가는 야채가게에
파지를 주어가는 할머님의
보라색 머리두건을
한참이나 바라본적도 있을만큼요.
제게는 이런
작고 작은 이야기들.
사소롭지만 나에게는
의미있는 그런 것들 조차.
누군가에게는 또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간만에 글을 적어요.
조금씩 이 느린 삶
그 속에서 보여지는 작고 작은 이야기들을
나눠보려고요.
#작은 이야기
얼마전,
제가 정말 사랑하는 강아지
한마리가 세상을 떠났어요.
이름은 메롱이라는 친구인데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11년의 시간을 함께 한 친구에요.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발견한 사실인데요.
그 친구가 떠나고나면서 신기하게도
제 삶은 더 느려지고 있다는 거에요.
사실 제 곁에서 가장 느리게 살던
친구였는데요.
마치 그가 떠나며 제 옆에서
이렇게 속삮이듯이 말 해 주는 것
같아요.
형!
이제는 살아있는 것들을
더 오래보기 위해서 말이야.
하루하루 더 느리게 살아..
아침에 천천히 길을 걷다 마주보는 햇살이
공원 옆 풀길을 수 놓을때,
저는 큰 기쁨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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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다보면 느껴지는 게
어쩜 삶은 크레프트 케이크처럼,
무의미한 것들의 한겹한겹의 쌓임으로
그 빛깔이 더 찬란해지는 것 같아요.
별 볼일 없는 작고 작은 것들의 합이
이 지구별의 삶을 수 놓아주고 있어요.
이름 모를 나무가,
이름 모를 꽃잎이.
이름 모를 사람이.
내 삶도 천천히 걸어갈수록,
하는 것은 적어지지만,
그런다고 내 시간의 효용마저
작아진다고 여겨지지 않거든요.
느리면 느린만큼의 삶의 배움은
각자가 받아가는 것이니까요.
저는 그저 케이크의 한 면을 쌓는 것처럼
전 요즘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작고 느린 글을 쓰려구요.
가끔 전 기괴한 생각을 해요.
어쩜 우리는 모두
천재적 예술가가 아닐까?
때론 예술이라는 잣대가 높고,
험난해보여요.
그렇지만 장난치듯
그려놓은 현대미술 앞에 서게되면,
때로는 이정돈 나도 그리겠는데.
하는 무지한 자신감이 차오를때도 있어요.
왜냐면 꼭 제가 어릴때
장난처럼 그린 그림들이
비싼 액자에 걸려있는 게
좀 신기할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비싼 액자가
말 해주지 않는 가치는
그들은 실제로
그 그림을 계속 그렸고,
그것을 걸었고,
결국 전시했다는 사실이겠죠.
저는 예술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작고 작은 이야기를
담아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작은 이야기를 할때면
가끔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해요.
"그것 뭐에 쓸라고?"
이런 말들이 우리를 한 없이
작게 만들기 충분하지만,
뭐 어때요.
빠르게 지나가는 이의 속삮임에
이제 더는 속지 않기로 해요.
큰 이야기만을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지고 있어요.
이건 중요한 건데..
이게 진짜 핵심인데..
잘 들어..
기회는 한번 뿐이야..
40여년을 그 이야기로
쫓아오다보니,
정작 진짜 중요한 것은
다 놓치게 되더군요.
사랑.
자유.
평화.
기쁨.
가장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막 여우의 말처럼.
진짜 우리.
빠른 걸음으로 인해
더 소중한 소소함을
잊지 않기로 해요.
이제 저도
작은 글을 쓰려구요.
작고 작지만,
알게 된 나의 한 겹을
친구들과 나눠보기 위해서요.
물론 제 작고 보잘 것 없는 이야기조차
교훈은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요.
사실 교훈이 없어도
괜찮기를 바래요.
지금은 저 말고
교훈을 줄 사람은 많을테니까.
과한 긍정으로 채워지기보단
그냥 지금의 작은 이야기.
나눠보는 것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그런 글.
이제 한번 적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