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들어가며

물질, 숫자, 욕구

by 고원규

돌아보면, 아이들이 커 가면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구나 생각이 든다. 따스한 가을 햇볕을 느끼며 멀리 떠나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행을, 기타를 치며 직접 만든 노래를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들을 좋아했던 게 참 오래전이었구나 생각하면, 벌써 훌쩍 커 버려 점차 자기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법 길어진 아이들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우연한 기회에 대중 강의를 맡게 되어, 원래 전공이었던 화학을 바탕으로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강의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방향이나 내용의 자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유행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하는 재미있고 쉬운 자료들은 많아도, 이러이러한 내용을 좀 더 내가 원하는 방향이나 흐름에 맞추어 소개하려면 결국 상당 부분 내가 다시 자료를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가끔 전문적인 자료들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깊은 내용을 다루거나 양이 방대하여 대중 강의에서 시간 분량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국내 사이트에서는 아무래도 자료의 양 면에서 한계가 있어, 외국 사이트나 영어로 된 자료를 찾다 보면 이를 한글로 번역하거나 강의 중간에 실시간으로 해석을 곁들여 진행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강의 자료를 대강 마치고 나서, 가끔 지인들과 '내 연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 기술 분야의 자료를 대중들에게 맞추어 정리해서 이런저런 강의를 준비하고 있어'라고 하면 의외로 재미있겠다거나 책으로 발간할 생각은 없냐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당연히 내용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야겠지만, 기존의 대중 과학 기술 저서나 동영상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강의 경험을 더 쌓으며 수강자들의 반응이나 피드백도 반영하고 내용뿐 아니라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을 통해 강의(혹은 책)를 개선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한 편으로는 강의를 통한 개선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직접 글을 써서 다양한 피드백을 얻게 되면 강의와 또 다른 관점에서 전체 내용을 개선할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지금 강의에서는 과학 기술에 대한 소개 수준에서 내용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를 경영이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키는 등 좀 더 새로운 시도 역시 글을 통해 조율해보고 싶었다.


틈틈이 내가 준비한 강의 내용이 마음에 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줄 때, 어떤 부분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이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아직 너무 어려워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럼에도, 나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며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경력 면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해 왔던 일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나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만, 꾸준히 쓰고 이를 갈고닦다 보면 조금씩 마음에 드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