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연구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물질, 숫자, 욕구

by 고원규

1. 연구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나의 석사 지도교수님이 모교에 취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을 때, 학부 전공 과목의 첫 시간에 달걀을 들고 오셨다. 한 40~50명 정도 수강을 하던 강의실 앞에서 달걀을 꺼내어들고, 이 달걀을 세울 수 있는지 물어 보았을때 대부분 학생들은 콜럼버스의 달걀을 떠올렸을 것이다. 달걀 아래를 깨면 세울 수 있다는 콜럼버스의 일화에서 '발상의 전환' 혹은 '참신함'을 이야기하고자 종종 거론되곤 하지만, 교수님은 달걀을 깨지 않고 세울 수 있겠냐고 다시 물어보셨다.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답한 후, 교수님은 달걀을 세게 흔들고 대략 3분 정도 달걀을 책상 위에 놓고 가만히 두었다. 그리고, 달걀은 거짓말처럼 섰다.


날달걀의 경우 노른자와 흰자가 알끈으로 연결되어, 세게 흔들면 알끈이 끊어지고 가만히 놓아 두면 흰자보다 무거운 노른자가 아래로 내려와 무게 중심을 맞추어 설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들 신기해하는 강의실을 떠나며 교수님이 한 마디 덧붙이셨다.


"집에서 한 번씩 직접 세워 보세요."


00 egg4.jpg [그림 1. 집에서 세워 본 달걀]


다음 수업 시간,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직접 세워 보았는지 정말로 물어보셨고, 의외로 다섯 명도 되지 않은 학생들만 손을 들어 직접 세워 보았다고 했다. 그 때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문은 기존 이론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정말 그런지 늘 의심하는 것입니다. 특히, 과학은 머릿속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제로 직접 해보는 과정에서 기존 상식을 뒤집는 현상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처음부터 차근 차근 스스로 논리를 따라가며 기존의 이론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고민하는 가운데 발전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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