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숫자, 욕구
미래학에 대해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겨 이를 처음 준비하게 되었을 때, 사실 미래학이 어떤 학문인지 잘 알지 못하면서도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미래를 연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 혹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혹 겉은 그럴 듯 하지만 막상 내용은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마침 관련된 짧은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내용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다음과 같은 퀴즈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다음은 잘 알려진 미래학자 중 한 명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누구일까요?
미국 뉴욕 출신입니다.
뉴욕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용접공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노동조합 관련 잡지에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경제잡지 Fortune에서 정치, 노동문제 기자로 시작하여 미래지 부편집자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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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앨빈 토플러이다. 막상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름을 자주 들었지만, 그의 저서나 글을 직접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아, 이번 기회에 그가 1980년에 쓴 '제3의 물결'을 강의에 소개하며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다. 농경사회, 산업혁명을 거쳐 정보화 시대에 대한 통찰을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요즘 들어 많이 사용되는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조차도 실은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주창된 용어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등 좀 더 자세한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제외하면 토플러가 정보화 사회에서 언급한 탈대량화, 다양화, 지식기반 생산과 변화의 가속 등의 특징이 현대 사회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미래학으로 돌아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면 미래학에서 목표로 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를 위해, 미래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첫 번째는 논리적으로 그럴듯한 미래(A plausible future), 즉 가장 확률적으로 높은 가능성의 미래이다. 해가 내일 동쪽에서 뜰 것이라든지, 평소 내가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내일도 버스를 타고 출근할 가능성 등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다음으로, 확률적으로 일리가 있는 미래(A possible future), 즉 확률은 덜 높으나,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2020년 이후 무인자동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빨리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다가올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확률적으로 가능성은 낮으나 영향력이 큰 미래(An unexpected future)를 들 수 있다. 독일이 통일되기 한 달 전, 서독 총리 슈뢰더가 당분간 독일 통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이나,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여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미래는 누구나 예상이 가능하고 이미 잘 대비가 되어 있는 미래이기 때문에, 크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또한, 세 번째 미래인 확률은 낮지만 영향력이 큰 미래는 예측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 반면,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으면서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이에 대안을 준비할 수 있는 미래이다. 미래학에서는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쉽지 않고 또 그 예언이 맞고 틀리는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대안들을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미래 모습들을 경험하여 미래 충격을 준비할 기회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미래의 과학 기술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