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기술 뒤에 사람이 있다

by 고원규

긴 역사 속에 다양한 변화와 사건들이 있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현상들(특히 앞으로 살펴볼 과학 기술들)은 이에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토머스 맬서스(Thomas R. Malthus) 저서 <인구론(1798)>에서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당시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높은 사망률에 기인한 맬서스 트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1. 농업 기술이 발달하여 토지 단위 생산물이 증가한다.

2. 이에 따라 식량생산이 증가하고 인구가 증가한다.

3. 제한된 공간에서 증가한 인구로 인하여 위생이 악화되고 질병이 발생하며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증가한다.

4. 이에 따라 인구가 감소한다.

5. 위의 과정이 반복되며 인구는 적정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지 못한다.


실제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오랜 시간 동안 정체 상태에 머물러 맬서스의 생각이 맞는 것처럼 보이나, 1700 경을 거점으로 인구 증가율이 높아지다가 1900 경에 들어서 폭발적인 수준에 이르게 된다.


01 population.png [그림 1. 세계 인구의 변화, 가로축: 연도, 세로축: 인구. 출처: https://ourworldindata.org/]


근대 이후의 변화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가로축을 1000년부터로 좀 더 확대하고, 세로축을 로그 눈금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01 population high res.png

18세기의 증가율 변화는 다들 아는 산업혁명에 의한 것이지만 절대적 수치가 그렇게 편은 아니다. 로그 눈금으로 확연히 증가율이 늘어난 부분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이며, 이는 독일의 하버가 공기 중의 질소를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암모니아로 바꾸는 화학반응을 개발하여 이를 토대로 비료 생산 식량 생산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 일반화학 등에서도 질소 고정 기술이라는 하버의 발견이 언급되고 있으며, 하버는 이를 계기로 1918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오랫동안 인류의 고민이었던 식량 생산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을 제공한 하버의 업적이 위대해 보이나, 이후 하버는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당시 세계 대전에 사용된 각종 무기를 개발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다소 안타까움을 금할 없다. 공기에서 질소를 활용하는 기술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질산은, 또한 다이너마이트 화약의 원료가 되어 당시 천연광물로 제작하던 이들의 제조 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출 있었다. 더군다나 하버가 개발한 독가스는 본격적으로 1 세계대전에서 대량살상 무기로 사용되었으며, 조국을 위해 일한 그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막상 나치당이 집권한 독일을 떠나지만 전쟁무기를 개발한 이력 때문에 평생 비판을 받았다.


학교의 사회, 역사, 경제 및 과학 수업에 등장하는 인구변화, 질소고정기술, 세계 대전 등을 각자 따로 배우다 보면 이러한 연관 관계를 생각해 볼 여유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강의 준비를 하며, 크게 상관 없을 것 같은 이들을 한데 묶어 보니, 하나 하나를 바라볼 때와 참 다른 느낌이 든다. 과학 기술을, 역사를, 사회 및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던 어느 순간부터, 이런 예들이 더 많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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