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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와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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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ey Aug 22. 2023

좁은 집 육아, 강제 미니멀 라이프를 향하여-2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아키 지음, 웅진리빙하우스, 2018

* 앞선 글과 이어집니다.



2. 집안일에도 제한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불필요한 집안일을 제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하루에 집안일에 얼마의 시간을 투자할지 정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시간은 2시간이고, 출근 전 2시간 동안 모든 집안일을 해치운 뒤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집안일에는 우선순위가 생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줄이고, 감당이 어려운 일은 처리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는다. 또 오전 시간을 이용하면 지각을 할 수 없으니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집안일을 하게 된다. 저자는 집안일을 15분 단위로 쪼개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집안일을 어디까지 끝낼지 작은 목표를 15분씩 잡고 차례로 해나가는 것이다. 저자의 예시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5:00~5:15 방정리

5:15~5:30 출근 준비

5:30~5:45 빨래 정리

5: 45~6:00 출근 준비

이렇게 오전 2시간의 일정을 15분 단위로 나누어 사용한다. 웬만한 집안일은 15분 단위로 해치울 수 있는 범위이고, 그것을 작은 목표로 삼아해나가다 보면 2시간 안에 하루치의 집안일이 끝난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 중 저녁에 일을 할 경우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늘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나의 모습이 딱 그렇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푹 자고 퇴근 후 집안일을 하나하나 처리하려니 지치고, 하기 싫고, 늘어지고, 결국 다 끝내지 못하고 잠이 든다. 갈수록 집안일은 쌓이고 그것을 보면서 짜증이 난다. 이것이 지금까지 나를 둘러싼 집안일의 굴레였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나는 2가지의 작은 규칙을 세웠다. 하나는 출근 전에 '이유식 만들기'와 '주방 정리하기'를 끝낼 것. 둘은 점심 틈새 시간을 이용할 것.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요즘 나의 가장 큰 과제는 이유식이다. 중기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하루 3끼 이유식을 시작했고 먹는 양도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유식데이'를 만들어 이유식 재료들을 하루에 몰아서 손질해 냉동했으나, 나에게는 그것이 더 힘들었다. 그래서 출근 전 아침에 이유식 만들기 숙제를 끝내버리기로 한 것이다. 출근 전에 이유식을 만들고 주방을 정리해 두니 하루 종일 마음이 편안하다. 이유식을 저녁에 만드는 날에는 어느새 잠잘 시간이 다가와 허겁지겁 씻고 아기 침대로 들어가기 바빴다. 당연하게 뒷정리를 하지 못했고, 그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면 요리를 하기 전에 '싱크대 정리'라는 과제 하나가 더 있었다. 당연하게 둘로 늘어난 과제가 부담스러웠고, 시간은 배로 걸렸고, 점점 하기 싫고, 또 미루고, 식기는 더 쌓이고…….

나는 현재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근을 하고 있고, 1인 근무라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아침에 주방을 정리해 두니 너무 당연하게도 현재 주양육자인 남편이 내가 오기 전에 먼저 점심식사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육아 난이도가 평이할 때만 가능하다. 남편이 먼저 준비를 시작하는 만큼 식사 시간은 빨라지고, 결국 점심 틈새 시간이 늘어난다.

두 번째 규칙은 이 점심 틈새 시간을 활용해 집안일을 1-2개 끝내는 것이다. 점심시간 또한 출근과 마찬가지로 제한 시간이 있다. 그러니 아침과 동일한 효과가 난다. 점심을 먹은 설거지를 끝내고 싱크대를 정리하거나,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거나, 매트 위 아기가 놀고 난 장난감들을 정리하거나. 건조기를 돌려둔 빨래를 개거나. 이중 1-2가지만 끝내도 좁은 집이라 금방 정리한 태가 난다.


3. 영원한 정리와 수납은 없다.

저자는 수납과 관련된 목차에서 '애자일 개발(agile software development)'에 대해 가볍게 언급한다.

생소한 분들도 있겠지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애자일 개발(agile software development)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전체를 설계하지 않고, 작은 요소를 만들어 시험하고 수정을 반복하면서 최종적으로 전체를 완성하는 방법입니다. 도중에 궤도 수정이 가능하기 대문에 목적과 필요에 맞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물건도 생활도 매일 바뀌는 법이에요. 한 번 정하면 절대 바뀌지 않는 수납보다 변화에 유연한 수납을 제안합니다.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p. 110


정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할 때에는 수납을 위해 곳곳에 자리를 정한다. 그러나 물건의 자리가 동선에 맞지 않은 경우, 물건의 사용 빈도를 잘못 예측한 경우 등 물건이 자리를 벗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나와 같이 작은 평수 아파트는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더 혼돈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많은 물건들은 결국 나의 손을 타고 이리저리 밀려다니다가 화장대나 테이블이나 선반 위에 수북이 쌓이곤 한다.

그러나 앞선 책의 내용처럼 물건도 생활도 매일 바뀐다. 시기에 따라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 바뀌고 새롭게 필요한 물건이 생기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 생긴다. 그냥 물건을 집어넣기만 하는, 수납을 위한 수납이 아닌 나의 리듬에 맞춰 변화에 초점을 둔 수납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이 떠도는 이유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정말 맥시멀 라이프를 살고 있어서 떠도는 것인지, 정해진 자리에 두지 않아서 떠도는 것인지, 다른 물건의 동선을 막고 있는 것인지. 어쩌면 변화된 생활의 방식에 맞지 않는 물건이 그저 방치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의 삶에 적용해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옷 무더기였다. 늘 옷은 정리해도 정리해도 바닥에 쉽게 쌓이고 굴러다닌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 보았을 때, 어이없게도 그것은 빨래할 옷을 정리해 두는 '빨래바구니의 위치' 때문이었다. 이사를 오기 전 집과 이사를 온 후 집의 빨래바구니 위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빨래바구니 위치를 보기 위해 만든 것이니 실제 비율, 크기와 100% 다르다.)

이사오기 전(왼쪽), 이사 온 후(오른쪽)

이사오기 전 집에서는 옷을 입고, 씻으려고 벗는 동선이 옷방-세탁실-화장실로 이어지는 직선에서 모두 가능했다. 그러니 씻으러 들어갈 때도 세탁실에 들러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고 화장실로 들어가기 편했던 것이다. 반면 이사 온 집은 베란다에 세탁기를 두어야 하는 구조이고 자연스레 빨래바구니를 세탁기 앞에 두었다. 그러니 씻으러 들어갈 때 입었던 옷을 둘 곳이 마땅하지 않아 바닥에 던져 놓고 들어가는 것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샤워조차 여유롭게 할 수가 없는데, 샤워 후 던져놓은 옷을 집어 들어 커튼을 걷고 베란다로 나가 빨래바구니에 넣는 동선 자체가 불필요하게 길었다! 옷방이든 안방이든 우리 집 옷 무더기의 대다수는 이미 입은 옷, 즉 빨랫감이고 이것이 정리되기 위해서는 빨래바구니가 집의 중앙인 화장실 앞쪽에 있어야 했다. 옷 정리에 필요한 것은 '물건의 미니멀'이 아니라 '동선의 미니멀'이었다.

이전 집에서 세탁기 앞에 빨래바구니를 두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이사 온 후에도 세탁기 앞에 두었다. 그러나 세탁기의 위치가 바뀌었고 우리의 생활 동선이 바뀌었기 때문에 빨래바구니의 위치에 변화가 필요했다. 이것을 모른 채 그저 옷이 너무 많은가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중고로 팔 옷을 찾기만 해댔던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라고 해서, 그저 눈앞에 보이는 물건들을 없애기 바빴던 무식이는 이 책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심플한 나만의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곧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임을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 세운 몇 가지 규칙들을 조금씩 적용해 가며 우리 3인 가구는 오늘도 강제 미니멀 라이프를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중고거래 어플 수익으로 인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반경을 점검하고 변화를 찾아내어 규칙을 세우고 실행하고 수정하며 '우리만의 미니멀 라이프'가 세워질 것이다. 아, 물론 더 넓은 평수의 내 집마련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날을 바라보며 강제 미니멀 라이프 파이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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