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아키 지음, 웅진리빙하우스, 2018
2인 가구였던 때에는 나의 핸드폰에 중고거래 어플이 없었다. 중고거래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뿐더러 굳이 귀찮게 중고거래를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임신을 하고 아기를 만날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레 중고거래 어플을 다운로드했다. 비싸면서 얼마 사용하지 않는 아기 용품, 특히 신생아 용품을 제값을 주고 새것으로 사기에는 우리 2인의 월급으로 택도 없었다. 또 만삭이 되어서는 나의 월급이 사라지고, 연말이 되어서는 남편의 월급이 사라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때로는 새 물건을 사고, 때로는 중고거래 어플에서 상태 좋고 가격 좋은 것을 찾아 때마다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고 있는 중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3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나고 점차 자라기 시작하면서 애써 묻어두고 있던 한 가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인이 살기에 적당히 알맞았던 우리의 미니미한 집이 3인 가구가 된 이후 급격하게 좁아진 것이다. 3개월부터 장난감이 하나씩 늘었고, 6개월부터 다수의 이유식 용품이 자리를 잡았다. 8개월이 된 지금은 줄곧 일어나서 놀고 싶어 해서 걸음마를 도울 수 있는 용품들을 또 구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과거 2인 가구였던 우리는 그다지 짐이 많지 않았다. 부엌살림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기나 반찬통도 단조로웠다. 좁은 집에 무리가 된다고 생각하여 과감하게 책상과 의자, 소파를 버렸다. 유독 많다고 생각했던 옷과 책들도 이사를 다니면서 많이 처분했다. 그럼에도 고작 식구 하나 늘어났을 뿐인데, 시간이 갈수록 물건이 몇 배수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패닉에 빠졌다. 전처럼 무신경하게 살다가는 우리 집을 온통 물건들에게 내어주고 말게 생겼는데?
그러니 자연스레 중고거래 어플에서 나는 구매자를 넘어서 판매자가 되었다. 두 명이서 점유하던 공간을 새로운 주인에게 내어주기 위해서, 열심히 나의 물건들을 내다 팔았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사무실 용품들, 향초, 오일버너 등 대다수는 직장에서 썼던 물건들과 휴식 시간에 소소하게 사용하던 물건, 취미용품들이었다. 그에 더해 더 이상 쓰지 않는 아기용품과 살림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면서 나의 중고거래 라이프는 현재진행형이다.
좁은 집에서 육아를 해야 하면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해야 하는구나. 이런 복잡한 심경으로 집안에 넘쳐나는 물건을 어떻게 비울 수 있을지, 어떻게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근처 도서관에서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책을 빌려 읽었다. 일본의 심플 라이프 부문 1위 블로거인 저자 아키에 대한 소개에서 그녀의 책이 나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가 두 살이 될 무렵 회사에 복직한 저자는 회사일과 집안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궁지에 몰려서야 집안일 전부를 해야 하는 일로 끌어안았기 때문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깨달았고, 비로소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기 시작했다.
저자 소개 중에서(책날개)
완벽주의이기 때문에 집안일을 전부 '해야 하는 일'로 여기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그래서 더 미루고 안 한다) 이제 막 출근을 시작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 나를 설명하기에도 적합한 문장들이었다. 그에 더해 집안일, 부엌일, 수납, 옷, 육아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된 목차 또한 나에게 빠짐없이 필요한 단어들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몇 가지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나의 생활과 상황을 돌아보며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새롭고 간단한 규칙들을 만들게 되었다. 이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물건뿐 아니라 '일'에도 미니멀이 필요하다.
목차의 처음 시작은 집안일과 부엌일이다. 저자 아키는 반복되고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집안일에 절절매며 끌려다니기보다는 과감히 필요 없는 집안일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집안일에 대해서 고민할 때 그녀는 자연스레 회사에서의 프로세스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자신만의 집안일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지 당연하게 고민하고 일을 처리했음에도, 집안일에 있어서는 왜 동일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집안일도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불필요하고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그저 생각 없이 눈앞에 있는 일을 해치우기 위해 몸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요즘 삶의 가장 큰 목표는 "무조건 생활비 줄이기"였다. 당연한 것이, 수입이 작년 대비 1/3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내 몸의 노동을 늘리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이유식이다. '내가 돈이 많았으면 시판사서 먹였지. 지금은 조금이라도 아껴야 되니까 그냥 몸이 고생하자.'라는 마음으로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지난 7월 출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이유식을 만드는 일이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었다. 권장하는 대로 알레르기 테스트를 위해 새로운 음식을 3일에 한번 추가하는 스케줄로 계획을 짜두었지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재료를 사는 것도 깜빡하고 재료를 다듬고 삶고 쌀을 찌고 갈아 만들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잔뜩 사둔 재료들은 부엌 한 칸을 차지하고 있고, 결국 시간이 지나 상해 버리기 일쑤였다.
불필요한 집안일을 추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유식 계획'이었다. 매번 책을 뒤져 가며 열심히 식단을 짜고서 지키지 못해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갖느니, 그냥 식단을 짜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유식은 아기가 사람의 밥을 먹기 위해 준비해 가는 과정이다. 알레르기 테스트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을까 봐 벌벌 떨며 3일마다 부지런히 새로운 식품을 첨가해 주는 일이 나에게는 버겁기 때문에 나만의 새로운 규칙들을 세웠다.
새로운 식품은 부담 없이 상황에 따라 1주일에 1-3개를 첨가하자.
이유식 재료는 무조건 온라인 배송을 이용하자. 가끔 마트에 들렀을 때는 가볍게 한 두 개 정도만 사자.
이유식이 중기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쌀가루와 육수팩을 활용하자.
돈도 돈이지만, 시판을 사두고 외출할 때나 너무 지칠 때는 그냥 먹이자.
출근 전 아침 시간을 활용해 재료를 한 개씩 손질하고, 이유식을 한 종류씩 만들어두자.(3끼 분량)
이유식 계획은 새로운 식품 추가 정도로만 세우자. 냉장고 앞에 식재료 궁합을 프린트해 붙여놓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유튜브나 블로그의 레시피를 참고해 만들자.
이 규칙들은 글을 쓰기 전 며칠 동안 실제로 실행해 보았는데, 나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검증되었다. 10시 출근이기에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이유식 만들기와 주방 정리하기를 마친 후 9시부터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니 오전 시간이 완벽히 들어맞았다.
*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