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안데르센의 일생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
<엄지공주>, <인어공주>, <벌거숭이 임금님> 등 유명 작품들을 쓴 그는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 받은 작가로 알려졌다. 그에겐 ‘동화의 왕’이란 별칭까지 붙었는데, 의외의 사실은 그의 많은 작품이 암울한 분위기를 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동화 대부분은 그의 고난과 역경을 반영하고 있다. 그의 일생은 작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을까?
1. <눈의 여왕>
- 눈의 여왕이 데려간 소년의 이야기
안데르센은 덴마크 오덴세에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가난했고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초등 교육밖에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안데르센에게 <아라비안 나이츠>와 같은 문학을 읽게 하였다. 이렇게 문학을 알려줬던 아버지는 그가 열한 살이 되던 해 사망했다. 나폴레옹의 군대에 입대해 참전했다가, 제대 후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한다. 안데르센이 충격과 슬픔에 휩싸이자, 어머니는 그에게 ‘눈의 요정이 아버지를 데려갔다’고 이야기했다. 훗날 안데르센은 이런 슬픈 기억을 토대로 <눈의 여정>을 썼다.
2. <성냥팔이 소녀>
- 추운 날 성냥을 팔러 다니던 소녀의 비극
아버지를 잃은 후 안데르센 집안의 형편은 더욱 악화됐다. 안데르센은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빨래를 대신 해주는 일을 했다. 어머니는 식구를 굶기지 않으려고 이따금 구걸까지 했다. 나중에 안데르센은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성냥팔이 소녀>를 썼다.
3. <미운 오리 새끼>
- 미운 오리라 생각했던 백조의 비상
안데르센은 1819년 연극배우의 꿈을 안고 도시인 코펜하겐으로 갔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절망에 빠졌다. 변성기로 목소리가 좋지 않았고 외모가 평균 이하였던 그를 환영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교육을 받지 못해 문법이나 맞춤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았기에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그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고 했으나, 다행이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알아본 극단 대표 ‘요나스 콜린’이 그를 후원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성공 전까지 좌절을 겪어야 했던 안데르센의 모습은 <미운 오리 새끼> 속 오리 무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백조로 형상화됐다. 한 마리의 우아한 백조로 비상하는 광경은 작가로 성장한 자신을 스스로 그린 장면이라 할 수 있다.
4. <인어공주>
- 지상의 왕자를 사랑해 목소리를 잃은 공주의 시련
안데르센은 상류사회로 진입하고자 꾸준히 노력했다. 요나스 콜린의 후원으로 성공한 작가가 되었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단 태생적인 한계는 그를 평생 열등감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비평가들은 안데르센을 명성만 좇는 철부지 작가로 폄하하기도 했다. 안데르센은 온갖 신경질환을 달고 살면서까지, 자신이 상류계급에 걸맞은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그가 경험한 상류층의 삶에 대한 로망, 그에 따른 고통은 <인어공주>에 반영되어 있다. 인어가 인간이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그가 상류층이 되기 위해 보인 필사적인 노력과 닮았다.
참고로 이 동화에는 양성애자였던 그의 경험담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안데르센은 에드워드 콜린이라는 남성을 사랑했다. 하지만 이성애자인 콜린은 안데르센의 고백을 번번이 거절했다. 급기야 다른 여자와 약혼도 했다. 이런 일화가 알려지자 혹자는 안데르센이 자신을 동화 속 공주로, 콜린을 왕자로 바꾸어 서글픈 이야기를 썼다고 말하기도 한다.
5. <빨간 구두>
- 빨간 구두를 탐하는 소녀의 더러운 욕망
안데르센은 남성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했던 여성에게도 시련을 당한 경험이 많다. 그래서인지 <빨간 구두>에는 사랑에 거듭 실패한 안데르센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다.
동화 속 카렌은 할머니를 돌보지 않은 채 무도회장에 가고, 화려한 빨간 구두에만 집착한다. 이처럼 안데르센이 탐욕스러운 카렌을 통해 외적인 면만 집착하는 여자들을 비판했다고 보는 해석이 있다.
한편 안데르센의 이부동생의 이름도 카렌이었다. 이 이부동생은 안데르센의 어머니와 다른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 이에 따라 안데르센은 카렌을 부도덕의 상징이자, 어머니의 타락을 보여주는 예, 자신의 비천한 신분을 나타내는 존재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그렇기에 <빨간 구두>에서 그려진 욕망의 결정체, 카렌은 안데르센이 이복 동생에게 느끼는 심정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 추정된다.
이렇듯 불우한 인생사를 아름다운 동화 속에 녹여 낸 작가, 안데르센. “나의 역경은 축복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삶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기에 많은 이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을 창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