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양지에 있다.
인생이 게임처럼 순간순간마다 이루어야 하는 퀘스트가 있다면, 올해 나에게 주어진 퀘스트는 "작별"이었나 보다. 곁을 스쳐 지나가 작별을 고해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조금만 더 머물러 주면 안 되나. 조금만 더 나랑 놀다 가면 안 되나. 사람들과의 작별이 다소 야속하다.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떠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도 누군가를 떠나왔구나.
우리는 서로를 떠난다. 마치 교차하는 무한한 선 같다.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에 들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른 말로 바꾸면, 많은 사람들과 많은 작별을 고해야 하기도 했던 것이다.
또다시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나는 남겨진 사람이다.
남겨지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한다. 곧 내가 남겨두고 온 사람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곳을 떠날 때 기뻤는데, 후련했는데. 내가 떠나온 자리는 어땠을까. 속이 좁은 나는 남들이 떠나간 자리에 허탈하게 서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이 빈자리가 나를 공허하게 만든다. 이곳은 무인도이다.
한없이 우울해하고 있는데,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광희가 외국 영화에 더빙을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버려지다니.
그 장면이 떠올라 어두운 우울감에서 한 번에 끌어올려졌다. 아아. 산통이 깨졌다. 한없이 우울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하찮고 가냘픈 목소리가 이겼다. 모르겠다. 나를 이 거지 같은 섬에 버려놔도 잘 놀다 갈 거다. 내 마음을 바꾸자 무인도였던 섬이 휴양지가 되었다. 고마워요, 광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