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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31. 2023

안녕, 나의 2023

이제는 보내줄 나의 일 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올해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고, 그래서 나의 책임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늘 아쉬움만 남았던 다른 해들과 달리 올해는 무사히 보냈다는 뿌듯함과 후련한 감정이 많이 든다. 2023년 새해 첫날, 감사했던 선생님들께 드렸던 연락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두들 날 기억해 주시고 연락을 반가워해주셔서 새해 첫 선택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나의 선택에 대해 확신과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의 선택을 믿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다. 그 선택이 그때의 최선이었음을 알기에.


1월엔 정말 힘들었던 중학교 졸업을 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정하고, 나를 위로할 말을 스스로 찾아다니고,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2월에는 한능검 자격증 시험 합격을 하고, 정식으로 이사를 오고, 고등학교를 배정받고, 대학교 탐방을 다니고, 교회 언니들이랑 좋은 시간도 보냈다.
3월엔 학교입학을 하고, 증명사진도 찍고, 선생님들과 친해지며 수업을 열심히 듣고, 최애 선생님도 생기고, 우리 반 친구들과 너무 행복하게 지냈고, 인생 처음으로 야자도 해보고, 핸드폰도 바꿨다.
4월엔 벚꽃 구경을 다니며 감상문을 제출하고, 내 인생의 마지막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다 자퇴를 하고, 엄마랑 처음으로 단둘이 여행을 떠났고, 모교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렸다.
5월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이라 혼자 여행을 떠나봤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기쁜 마음으로 챙겨드렸고, 자퇴한 고등학교도 못 잊고 찾아갔고, 인스타 글 계정을 만들고, 심리상담도 시작했지만, 갑자기 병이 악화되어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6월엔 본격적으로 자퇴라이프를 즐기기 시작했다. 책 출간을 준비하며 출간기획서를 작성해 보고, 속초여행도 가고, 네일도 하고, 누누씨 문방구도 가고, 전시회도 다니고, 서울 국제 도서전도 다녀오고, 오션월드도 다녀오고, 교회언니랑 울산여행도 다녀왔다.
7월엔 대학교에 관심이 생겨 입시 요강을 막 찾아보기도 하고, 서일페도 다녀오고, 원고 100페이지를 달성하고, 아빠 생신파티도 하고, 처음으로 정부 24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출간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여러 군데에서 받으며 매우 설레하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제주도 여행을 가고, 다녀와서는 출판 계약을 맺었다.
8월에는 용돈이 5배가 올라서 처음으로 돈관리라는 것을 경험했고, 수능 100일이 깨져 울기도 하고, 블로그도 시작하고, 내 책 표지 작업이 시작되기도 했다. 꿈드림에 가서 처음으로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표지 디자인을 3번 정도 수정한 끝에 겨우 맘에 드는 표지가 나왔고, 교회 수련회 3일 갔다가 바로 우리 가족끼리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무려 5일이나.
9월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전시회를 열게 되셔서 다녀오고, 디저트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해서 프로그램을 들어가고, 미술동아리에 참여하고, 인생 첫 면접을 보고, 첫 알바를 시작했다. 내 책 인쇄가 시작되었고, 아츠포틴즈에서 프로필 사진도 찍어보고 다양한 예술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그리고 한강을 3번이나 갔다.
10월엔 연휴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연휴가 끝나고 가는 알바는 너무 힘들었고, 내 책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고, 서평단도 모집하고, 아츠포틴즈에서 소설모임을 시작했고, 한글날에도 출근을 했고, 한강에서 오리배도 타고, 반포 무지개 분수도 보고, 브런치 작가 합격도 되고, 소설 원고 퇴고도 완료했다. 케이크도 두 번이나 만들었고 알바는 그만두게 되었다.
11월엔 키티 생일파티에 다녀오고, 요리와 베이킹을 정말 정말 많이 했고, 사촌 피아노 독주회도 다녀오고, 방 구조도 바꾸고 아츠포틴즈 언니 연극도 보러 가고, 적금 만기 날이어서 갑자기 부자가 되었고, 봉사도 하고, 인터뷰도 받고, 김장도하고, 인생 처음으로 최유리 콘서트도 갔었고,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을 만들기도 했다.
12월엔 9월에 시작한 베이킹 시험에 합격하고, 책 출간 파티도 하고, 콘서트도 다녀오고, 북 토크도 다녀오고, 제빵에 처음으로 성공을 하고, 친할머니와 처음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리고 꿈드림 언니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조조영화를 보기도 하고, 케이크를 3개를 만들기도 하고,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에 찾아가기도 하고, 연말인사를 드리러 다니고, 컴퓨터 자격증을 따보려고 학원을 등록했고, 이런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유튜브도 시작했다.  
나의 유튜브 링크


새롭게 시작하는 일들이 정말 많았다. 내 선택으로 시작되는 일들이 많았고, 온전히 나의 인생이었고, 누군가에 의해서 끌려다니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장 큰 선택은 4월에 했던 자퇴였다.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고, 나의 정체성이던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이 많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때의 선택으로 내가 더 단단해지고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다양한 경험을 보다 일찍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많이 회복했다. 그것만으로 난 만족한다. 작년의 나보다 훌쩍 성장했고, 아팠던 만큼 단단해졌고, 나를 돌볼 줄 안다. 학교에 다녔다면 배웠을 것들을 못 배웠지만, 학교에 다녔다면 못 배웠을 것들을 난 배웠다. 직접 부딪치고 겪어보니 '학교'라는 소속감과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이 얼마나 삭막하고 딱딱한지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꼈다. '함께'하는 것의 힘은 대단했다. 함께했기에 든든했고, 힘이 되었고, 무너질 때 날 잡아줄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올해의 나는 선택과 책임, 그리고 함께하는 것의 힘을 배웠다. 나의 선택으로 나의 시간이 흘러갔고,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내 선택으로 내 진로와 미래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들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었고, 수습해 줄 선생님도, 학교도 없었기에, 온전히 내가 찾아서 내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많은 걸 배웠다. 내 말의 무게감에 대한 책임감도 배웠다. 그리고 이런 선택과 책임들이 때로는 무서워 무너지려 할 때면 날 아무도 혼자 두지 않았다. 어떻게든 '함께'있게 했고, 그 함께함 속에서 많은 해결책들과 위로를 받고 나는 또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의 2023년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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