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글남 Aug 14. 2019

삶박수: 내 삶의 박동수

열심히 뛰고 있는 삶들에게 박수를

 몇 달 전 저녁, 술을 한 잔 하신 아버지께서 삶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20대에는 시속 20km로 가고, 60대에는 시속 60km로 간다는 것이다.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는 느낌과, 그래서 현재의 인생이 조금은 덧없다는 것을 말씀하시고자 했던 것 같다.


 그때, 내게 전달된 감정은 슬픔, 무기력, 그리고 무료함이었다. 뭐가 됐던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감정들이다. 그중 무기력은 특히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 상태이다. 그런데 나 자신을 생각했을 때,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계속 독서하고, 계속 배우려는 태도만 끝까지 가져 간다면 높은 확률로 무기력과 무료함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자신만의 정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인 것 같은 아버지가 걱정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유튜브 뼈아대 채널에서 고작가님이 <순간의 힘>을 소개하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의 이유를 다룬 영상을 보게되었다.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새로움이 없었다는 것! 

얘기 나눈 다음날 보게 된 것은 운명..?

 한 가지 실험을 살펴보자. 베일러 의대의 바니 파리야다스와 데이비드 이글먼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갈색 구두의 이미지가 동일한 시간으로 반복되다가 알람시계라는 패턴을 깨트리는 이미지가 동일 시간 동안 나타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알람시계가 더 오랫동안 보였다고 느꼈는데, 이런 현상을 괴짜 효과(oddball effect)라고 부른다. 즉, 새로움이 시간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회고 절정’이라고 부른다. 도대체 왜 이 15년의 짧은 세월이 – 인생 전체의 20퍼센트도 되지 않는- 우리의 기억을 지배하는 것일까? (중략) “회고 절정의 열쇠는 새로움이다. 우리가 젊은 시절을 더 잘 기억하는 이유는…. 처음 경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힘> 103 page-

 즉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의 반복으로 인해, 인식되는 시간이 덩어리로 묶여서 기억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어쩌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관용적 표현은 나이에 비례하지 않은 인생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에 남는 ‘결정적 순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이해하고,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발 밑을 보면 관습적으로 밟고 있던 엑셀이 보일 것이다. 발을 떼고 창밖의 경치를 둘러보거나, 내려서 스트레칭이라도 해보자. 그 순간 삶은 다시 격렬한 박동을 시작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강렬한 박동 혹은 펄스(pulse)이다. 이러한 순간들을 심박수(심장박동수)와 맥락을 같이하여, ‘삶박수’(삶의 박동수)라고 명명해보고자 한다.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기들을 살펴보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그래프를 보인다. 우리가 주시해야 하는 지점은 그래프가 튀는 지점들, 즉 펄스들이다. 왜냐하면 유의미한 순간은 그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위로 튀는 양의 펄스라면 땡큐고, 아래로 튀는 음의 펄스여도 아리가또다. 왜 음의 펄스까지 고마운 것인지를 살펴보기 전에 <순간의 힘>에서 말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네 가지 요소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자.


 - 고양(Elevation): 감각적인 쾌감/뜻밖의 놀라움

 - 통찰(insight): 진실에 걸려 넘어지게 하는 찰나의 순간

 - 긍지(pride): 우리가 최선의 모습을 드러낼 때(성취/용기 등)

 - 교감(connection): 사회적인 경험


 긍정적으로 경험하는 순간은 이 네 가지 요소들의 적절한 조합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이 된다. 그런데 부정적인 순간까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전환점은 표시하고, 이정표는 기념하고, 구덩이는  채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순간 중심적인 사고의 핵심이다. (중략)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특정 상황에서 순간을 창조하려면 집중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순간의 힘> 48 page-

 결정적인 순간들은 승진, 등교와 같은 '전환점', 퇴직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업적과 같은 '이정표', 그리고 부정적인 일이 발생한 상황인 '구덩이'가 있다. 그리고 앞서 봤던 본문의 문장처럼 구덩이는 채워야 한다. 바로 이 채우는 행위는 두 가지 통찰을 선물한다. 첫 번째, 이정도의 구덩이는 채울 수 있고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인지한다. 두 번째, 구덩이를 채우는 과정에서 병행된 의식적 노력이 더 빨리 구덩이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인생이 계속되는 한 삶의 박동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뛰는 것, 그리고 시간을 구분지어 줄 다양한 펄스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펄스(pulse)들은 우리의 삶을 펄스(pearls:진주들)처럼 가치있게 만들 것이다.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서평

작가의 이전글 2등이 1등 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