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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ziiii Jun 23. 2024

현재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머리서기를 하다가 든 생각

머리서기 넘어 머리서기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구르기. 누군가는 단 몇 번의 구르기만으로도 아사나를 성공시킨다. 하지만 누군가는 노력의 양과 비례해서 결과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내가 그러했듯이 이제 조금씩 요가를 익혀나가는 사람에게 머리서기는 현실 사진이 아닌 벽에 걸린 미술 작품과 같을 수 있다.


머리서기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힘이 필요한데 가장 먼저 팔꿈치와 손으로 바닥을 밀어내는 힘을 느끼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체로 하체를 지탱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큰 힘이 요구된다. 팔에서 힘을 사용하지 못하면 무게가 모두 머리로 떨어지기 때문에 목에 부담이 갈 수 있다. 힘을 잘 분배할 수 있어야 안정감있게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머리서기뿐만 아니라 요가 디피카에 나오는 아사나들을 보면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 완벽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상에 요가가 새겨진 사람들은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수련하여 밑바탕을 그리고 거기에 더해 점점 색을 칠해 결과를 완성시켜낸다.


안 되던 것들, 현재 가능하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성장의 단계를 지나 완성의 모양으로 만들어지면 노력은 더이상 힘들고 어려운 특성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수련 안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과 감각들이 새롭고 희망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것은 또 하나의 믿음으로 발전되는데, 내가 평생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현재 할 수 없는 단계라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둔다.


가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현재 할 수 없는 것들 안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탐색한다. 머리서기를 연습하며 떨어지는 구르기, 팔로 바닥을 밀어내는 돌핀 자세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하나의 아사나가 완성되면 그때부터 다른 아사나들도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여 시도한다. 이렇게 유익한 패턴이 몸에 익으면 그것을 끊어내기 힘들다. 요가에 중독되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러한 것과 같다. 할 수 없다는 믿음에 빠지기 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단계를 쌓아올리는 일은 요가를 너머 인생에도 적용된다.



내것이 되었다는 착각


하나의 아사나를 성공시키면 이제 이 자세는 온전히 내것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슬프게도 몸에 새겨온 노력들이 조금씩 지워지면 아사나의 그림도 함께 지워진다. 체중이 늘거나 근육이 빠지거나 수련에 틈이 생기면 보통 이런 현상도 빨리 찾아온다. 수련을 많이 해온 사람들은 하루 이틀만 쉬어도 몸에 뻐근함이 잔득 껴서 피로가 더 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수련 이전의 삶은 환생 이전의 삶처럼 느껴질만큼 희미하다.


머리서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믿음의 뿌리가 단단하지 못했던 것도 여기에 있다. 컨디션과 몸의 변화에 따라 3초도 못 버티고 내려오는 날들도 무수히 많았기에 확언은 어느 순간에도 어렵다. 잘 되어지다가도 원인을 모르는 문제에 부딪히면 무력한 기운이 온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평생 몸과 마음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상황을 내 마음대로 조정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사나에 대한 성취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함께 하기 위해서 늘 수련하는 자세로 꾸준함을 기르려 노력해야 한다. 이세상에 그 어떤 것도 내것이 없다는 믿음이 생기자 소중한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도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단순히 아사나를 너머 인생의 무대 위에서도 그 어떠한 순간도 영원한 것은 없다. 건강과 젊음, 활기 같은 것들도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면 조금씩 빛을 잃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다시 한번 총기와 색을 되찾기도 하며 오르락과 내리락의 구간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면접을 보면서 현재 할 수 없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무력함이 자주 찾아왔다.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사실은 아니었다는 결과를 보며 멍해지기도 했다. 내것이 없다는 것은 피곤하지만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내것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을 찾아나서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성장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다고 믿지 않은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는 계속 일어난다. 할 수 없는 것 안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그림을 그려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것이 되었다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에도 그것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 태도를 기른다면 이룩한 성장을 영원히 함께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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