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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모두의 언니 Sep 06. 2023

우리는 과연 우리의 재능을 다 쓰고 죽는 걸까?

동생에게 보내는 스물아홉 번째 편지

맞아. 뉴욕은 살면서 딱 한 번 비즈니스로 다녀온 것이 전부였지만 그때 느꼈던 강렬함은 잊히지가 않아. 바쁘게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들, 패셔니스트들이 집대성한 곳, 거래하는 금융 자본의 단위 자체가 엄청난 곳, 넘쳐나는 맛집 그리고 관광객들. 그 속에서 나아만의 반짝임과 향기로 멋진 하루하루를 선물 받으며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야. 나도 느끼는 건데, 루틴이 주는 평온함과 자기 효능감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 우리 둘 다 Back-to-school 시기에 맞춰 루틴과 새로운 경험들을 조화롭게 엮어 아름다운 꽃다발로 만들어보자!




어젯밤에 자다 중간에 깨서 나아가 쓴 글을 언뜻 보다 다시 잠들었던 것 같아. 이상하게 일어나자마자 나아가 썼던 글의 잔상이 떠오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우리는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재능을 다 쓰고 죽는 걸까? 하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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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아의 그림을 참 좋아해. 보호본능을 자극하면서 귀엽기도 하고, 색채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특히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눈썹'이야. 모든 캐릭터들의 눈썹이 바깥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그리더라고. 찡그리거나 슬픔을 간직한 거 같으면서도 개구쟁이들이 자주 짓는 호기심 많은 표정으로도 겹쳐 보여. 어떤 그림에서 그 눈썹이 없을까 찾아보니 딱 한 장 나오더라고. 

Na.a 작가 인스타 그램에서 퍼옴


위 그림에서 뭔가 만족한 듯 눈을 감고 미소 짓는 캐릭터 모습이 참 마음에 들어.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해.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런 느낌의 그림도 많이 그려줬으면 좋겠어.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물론 다른 그림들도 너무 좋아!)


 내가 볼 때 나아는 사람을 참 편하게 해 주고, 어떨 땐 순수한 소녀같이 또 어떨 땐 무척이나 어른 같기도 해. 늦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소질이 있고,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자체로도 충분히 남에게 귀감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야. 그 안에 엄청난 무언가가 숨어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확언해 볼게. 다만 지금 그 길을 열심히 찾아가고 있는 중일뿐.


 우리 안에는 여러 가지 재능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다 가슴속 깊은 곳에 엄청난 재능들을 숨겨놓고 있을 거야. 그 이유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인데, 그걸 모두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재능이 있는지도 모른 체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


우리 안에 있는 불씨 중 아주 적은 양의 재능만 쓰고 죽는다면, 나머지 불씨들은 그냥 사라져 버리는 걸까? 아니면 모두 다 자신의 그릇만큼 소진하고 죽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 재능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이전되어 어떻게든 이 세상에 남아있는 걸까? 다소 철학적인 질문 같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은 이런 생각이 온통 머리를 뒤덮고 있어.




나는 이제 곧 미국에 온 지 일 년을 맞이하는데, 놀만큼 놀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나아가 이전 글에서 썼던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 내 과거,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또는 그들의 시선, 편하게만 살고 싶은 안일함과 같은 것들은 벗어던지고 내가 갖고 있는 재능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고 싶어. 한계가 어디까지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의 끝단에 이르러 도달한 내 결론,  "일단 영어랑 독서부터 집중해 보자"


세상의 모든 새로운 혁신은 영어로 시작된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은 후 그 문장이 뇌리에 박혀있어. 네이티브들이 넘치고, 이른 유학길에 올라 네이티브 버금가게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곳에 있지만, 주눅 들지 않고 내 재능을 한 껍질씩 까보도록 할게. 


그래서 요즘 다시 열심히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어. 어제도 도서관에 있다 왔는데, 여름 내내 늘어졌던 이유에선가 점심 먹고 너무 졸리더라. 꾸벅거리다 목표 시간보다 일찍 귀가했지 뭐야. 그래도 한 발자국씩, 끝이 어딘지 몰라도, 일단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은 다 쓰고 죽는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보내기.


보스턴 중앙 도서관(Boston Central Library) 풍경




남편이 나한테 브런치 글을 너무 길게 쓴다고 어제 뭐라고 하더라. 온라인상에서도 말이 많다며 놀려댔어. 오늘도 역시 글이 길어져서 남편이 또 한소리 할 것 같은데, 이것도 재능 아닐까 생각하며 가볍게 웃어넘기면 되겠지?


이번주는 날씨가 무척이나 덥다. 뉴욕은 어떻니? 이럴 때일수록 건강관리 잘하고, 나아와 딱 맞는 알찬 루틴 구성이 얼른 완성되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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