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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모두의 언니 Sep 20. 2024

[너를 만난 시간+65] 퇴원하며 만세를 부르다

아주 잠깐의 산책으로도 엄마는 행복해진다

8.31

오늘은 새벽 6시 30분에 수유를 한 후 마지막으로 혈당, 혈압, 심전도 체크를 했고,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퇴원할 수 있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약을 1년 정도는 꾸준하게 먹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데, 미국에 다시 들어 갈 예정이라 6개월치 약을 한꺼번에 사가야 했다. 약값만 200만원 넘게 나왔고, 입원비까지 해서 40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병원에서의 마지막 약 투여

드디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지아에게 여러 벌의 옷을 입혀보며 퇴원 준비를 했다.

이제 퇴원해욧!!

혈관종 입원 환아 진료 과정 안내서


미국에 가기 전, 남편과 함께 외래 진료를 올 수 있는 날짜로 예약을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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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쯤 시부모님께서 데릴러 와주셨고, 퇴원과 관련해 안내를 받은 후 짐을 가지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

이제 시댁으로 가면 시어머님도 일을 쉬실테니 조금 쉴 수 있겠지?


미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 약이었지만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했다. 



카시트에 잘 앉아서 오다 집에 도착하기 30분 전, 갑자기 크게 울어대기 시작한 지아.

수유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집에 도착해 편하게 먹이려고 했던 내 계획이 틀렸음을 지적하는 듯한 울음이었다.


집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아 근처 공사장 앞에 차를 잠깐 세우고 수유를 했다.

응아까지 시원하게 해버리는 울 아기, 차에서 기저귀도 갈아줬다.


아기를 데리고 다니면 언제 어디에서 기저귀를 갈 지, 수유를 할 지 모를 일이라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차에서 응아 시원하게 하고 맘마도 먹어쪄요

집에 도착한 후 시부모님께서는 조금 쉬라고 하셨고, 나는 쉬는 것보다 어디든 나가고 싶었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와 건대 입구로 향했다.


딱히 사고 싶은 게 있었다기 보단 그저 환기가 필요했다.

바깥 세상을 느끼고 싶었다. 


아주 잠깐의 환기로도 엄마는 행복해질 수 있다


롯데백화점 아동복 코너


그렇게 도망치듯 나와서 간 곳이라곤 백화점 아동복 코너, 역설적으로 웃픈 상황이다.

교보문고 구경


책을 좋아해 한국에 있을 때 독립챙방이나 북스테이를 자주 찾아갔다.

힐링이 필요한 지금, 가고 싶은 곳이 어딜까 생각해보니 책이 가득한 서점이었고,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다.


힐링을 위해 온 책방에서 보는 게 고작 육아 서적이라니, 세계고전문학 정도는 읽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에 다시 가야 할 것을 생각하며 영어책들도 조금 구경했다. 


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지식이 쌓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냥 책들이 모여 있는 곳의 기운이 너무 좋고, 그 곳에 있으면 힘이 난다. 


육아를 하며 여유 시간에 하고 있는 것들을 종합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오는 것 같다.


책이 있는 공간, 낮술, 화장품, 목욕...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들은 이런 것들 이구나!



시밀락이라는 미국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쿠팡에서 시킨 배송이 며칠이나 뒤로 밀렸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오는 분유라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다.


그 동안 먹일 분유를 고르러 이마트에 들렀다. 

한국에서 파는 분유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결국 내가 고른 분유는 임페리얼 XO.

아무 탈 없이 잘 먹어주기를!

오랜만에 들른 이마트



말로만 듣던 백화점 문화센터도 들러봤다.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이라 한산해서 구경하기 좋았다.


나는 과연 지아와 함께 한국 문화센터를 갈 수 있을까?


미국에서의 남편 연구가 잘 진행되고 한국에 좋은 자리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생각보다 미국에서 더 오래 살게 된다면 아마 문화센터를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 문화센터 구경



밖에 너무 오래 나와 있으면 안될 것 같아 일찍 들어갔다.

그 동안 지아는 조부모님과 잘 놀고 있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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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이지만 바깥 공기를 쐐고 나니 다시 육아를 할 힘이 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아를 안으며 말했다.


"너무 예쁜 우리 공주님! 엄마가 보고싶었어요"


아이쿠, 내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올 줄이야.

슬슬 나도 엄마가 되어가는 것일까.

우리 공주님

어머님은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며 오늘 저녁엔 아기를 봐줄테니 막걸리 한 잔 마시고 푹 자라고 하셨다.

미나리 전에 닭강정 안주까지 완벽했던 저녁 식사.

한국 음식 너무 좋아요


오늘은 나도 쉬어야 할 것 같아 거절하지 않고 아버님과 막걸리를 나눠 마셨고,

저녁 6시도 되지 않아 기절하듯 잤다.


할머니랑 재밌게 놀았쪄용


열한 시쯤 어머님과 교대하기 위해 거실로 나왔고, 지아 옆에서 모자란 잠을 더 잤다.



아주 잠깐이라도 바깥 바람을 쐐고 환기하는 시간이 내겐 꼭 필요하단 걸 알았다. 

시댁에서의 한 달,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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