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오늘의 동지는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
크리스찬 베일, 로자먼드 파이크.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 ‘몬태나(Hostiles)'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블로커 대위(크리스찬 베일분)는 인디언 추장 옐로우 호크(웨스 스투디분)에 의해 많은 동료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로잘리(로자먼드 파이크분) 또한 포악한 인디언 코만치족에게 남편과 자녀들이 죽임을 당했다.
전역을 앞둔 블로커 대위는 암에 걸린 채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옐로우 추장을 그의 고향인 몬태나까지 데려다 주라는 임무를 받는다.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로잘리를 만나게 되고 각각의 이유로 서로를 증오하는 사람들은 드넓은 서부 황야를 함께 횡단한다.
블로커 대위는 조국과 동료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인디언들을 죽였다. 옐로우 추장 또한 삶의 터전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 백인들을 수없이 죽였다. 명분은 있었지만 그 명분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살인이었던 것이다.
로잘리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인디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옐로우 추장 일가를 처음 봤을 때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들과 먼 길을 동행하며 교감을 나눈다.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며 가족을 잃고 가지게 된 트라우마를 점차 극복한다.
영화는 불합리한 시스템 때문에 인간미를 버려야 했던 개개인의 변화에 집중한다. 이들은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며 한 편이 된다. 서로에게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때로는 그토록 미워했던 한때의 적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다. 적이었던 대상과의 연대를 통해 양심의 회복이 이루어진다. 증오했던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서부를 배경으로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됐고,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된다. 영화 속에는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다. 온전한 가해자가 있다면 평범한 한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 시스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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